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가 우여곡절 끝에 설 연휴 이후 실시된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정부의 제2공항 건설사업 정책 결정에 참고 사항일 뿐 찬반 결과에 따라 실제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어서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회원 언론사가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15~17일 사흘간 공동으로 실시한다고 2일 밝혔다. 제주기협 소속 9개 언론사는 이번 조사 결과를 18일 오후 8시에 일제히 발표하고, 이후 도와 도의회에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도와 도의회는 앞서 지난해 12월 합의 결과에 따라 지난달 11일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 및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여론조사를 위한 안심번호를 받지 못해 여론조사 절차가 중단됐었다. 안심번호 방식은 여론조사 대상 응답자들이 가상전화번호를 받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안심번호 방식 조사는 응답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대상자 중복 응답을 막을 수 있는 등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안심번호 방식 조사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언론사의 선거 관련 여론조사나 정당의 공천 및 지지도 여론조사 등에만 가능하다. 결국 도와 도의회는 언론사가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제2공항 찬반 조사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을 도내 언론사들에게 제시했고,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번 여론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도민 2,000명과 별도로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각각 2회에 걸쳐 실시되며, 조사 표본 간 일부 중복은 허용된다. 조사는 휴대폰 가상전화번호를 이용해 유선 20%, 무선 80% 비율로 진행된다. 조사 내용은 성별, 연령, 거주 지역을 확인하는 통계 질문과 제2공항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묻는 문항이 주를 이룬다. 이외에 선거 관련 문항도 포함된다. 도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도의회와 검토를 거친 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13일 언론사를 통한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와 관련해 "제주도에서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따른 도민 의견 수렴 결과를 제출하면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할 계획"이라며 제3의 기관에 의한 여론조사 결과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정책 결정 과정에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여론조사 이후에도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반대 비율이 찬성 비율보다 높더라도 사업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 찬반 비율이 비슷하거나, 도민과 성산읍 주민들의 결과가 정반대로 나오는 등 변수들도 많아 오히려 조사 결과가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를 놓고 찬성 측 단체들은 조사 자체를 반대하고 있고, 반대 단체 중 일부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찬반 비율이 비슷하거나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 여론조사 결과 수용 여부를 놓고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