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USB로 전달한 '발전소 구상', 원전 아닌 신재생·화력발전"

입력
2021.01.3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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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남북정상회담 담당 여권 핵심
한국일보 인터뷰서 주장
"원전, 실무자 검토는 당연해도 
정상회담 의제는 아니었다"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 주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여권 관계자가 “신재생에너지, 화력발전소와 관련한 구상이 북한에 전달된 적은 있지만 원전은 전혀 아니다”라는 취지로 일축했다.

2018년 4ㆍ27 남북정상회담에 긴밀히 관여한 여권 핵심 인사 A씨는 3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발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전달했다”며 “이 구상에는 신재생에너지와 북한에 있는 화력발전소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밀담을 나눌 때 “발전소 문제”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방송에 중계됐다. 그해 4월 30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내가 구두로 발전소를 얘기한 적은 없다”면서도 “김 위원장에게 신경제구상을 담은 책자와 PT(프레젠테이션) 영상 자료를 (USB에 담아) 넘겼는데, 그 안에는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을 근거로 야권은 ‘그 발전소가 원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 자료에 담긴 발전소 관련 내용은 "원전이 아닌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와 화력발전소 관련 구상"이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다만 신재생에너지나 화력발전소 역시 구상을 전달한 차원이었을 뿐 정상회담 정식 의제는 아니었다고 A씨는 덧붙였다.

'청와대가 이런 내용을 속 시원히 밝히면 의혹이 해소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A씨는 “이런 내용을 공개하면 꼬리의 꼬리를 물고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이 또 다른 이슈 몰이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원자력이 아닌 다른 발전소라고 해도, 청와대가 이를 공식화 하는 순간 야권이 "어쨌든 북한 퍼주기 아니냐"며 공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자 차원에서 원전 지원이 비핵화 대가 중 하나로 검토됐을 가능성에 대해 “너무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 주는 방안은 김영삼 정부 때도 추진된 만큼, 검토 대상에 오르는 게 이상할 것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A씨는 “어떤 발전소든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검토가 가능하지만, 지어준다고 해도 (원전보다는) 신재생 에너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금 원전과 관련해서 야당이 문제제기를 하는데, 대체 어떤 근거가 있냐”고 답답해 했다. “딱 하나, 산자부 공무원 컴퓨터에 (북한 원전 관련 자료가) 있었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자료 작성 시점이) 정상회담 이후 아니냐”는 것이다.

이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