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대부분 사람을 보면 피하거나 도망을 갑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특히 캣맘이나 캣대디로 불리며 동네고양이를 돌보는 케어테이커와 유대관계를 쌓은 고양이는 사람을 보면 반기기도 하죠. 물론 케어테이커가 돌보는 고양이라고 해서 모두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잘 따르는 '개냥이'인건 아닙니다. 하지만 유독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일 경우에는 구조 대상이 되는데요, 길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자칫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원봉사단체 유기동물행복찾는사람들(유행사)은 매주 토요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부근에서 유기동물 입양가족을 찾아주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중단 중입니다) 지난해 1월 추운 겨울 행사장을 찾아온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배가 얼마나 고팠는지 봉사자들이 건넨 사료와 간식을 허겁지겁 먹었는데요, 사람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졸졸 쫓아왔다고 합니다. 봉사자들은 해당 지역에서 터 잡고 사는 동네고양이라고 생각하고 구조는 하지 않았죠.
하지만 고양이는 유행사의 식구가 될 운명이었나 봅니다. 추위를 견디지 못했는지, 배고픔을 이기지 못했는지 고양이는 용산구의 한 학원으로 들어왔고, 학원 관계자들에게도 살갑게 굴었다고 합니다. 고양이를 발견한 사람들은 너무나 다정다감한 성격에 길고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집을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에 유기동물 보호소의 위탁을 맡은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봉사자들이 구조를 하러 갔고 1주일 전 만난 고양이와 같은 개체임을 알 수 있었죠. 자세히 살펴보니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하는 중성화수술(TNR)을 받아 왼쪽 귀 일부가 잘려나가 있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이렇게 인연이 닿은 고양이를 구조하고, 동백이(2세 추정∙암컷)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동백이는 쉼터에서 잠을 자다가도 이름을 부르면 쪼르르 달려나올 정도로 사람을 좋아합니다. 친한 사람들뿐 아니라 낯선 이들에게도 두려움 없이 다가간다고 하는데요. 사람 손길만 닿으면 배를 보이는 발라당 동작은 기본, 온갖 애교를 부린다고 해요.
최근 반가운 소식도 들렸습니다. 유행사가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용산구에 고양이들을 위한 작은 쉼터를 연 겁니다. 유행사는 봉사자들이 모여 활동을 하는 특성상 구조한 동물은 전문 위탁처나 봉사자 가정에서 돌보고 있는데요. 고양이는 이동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거리가 먼 위탁처나 가정에 있는 고양이들의 경우 행사장에 오가거나 입양문의가 왔을 때 이동도 어려움이 있어서 행사장과 가까운 곳에 쉼터를 마련했다고 해요. 첫 입주묘는 다섯 마리인데요, 동백이도 현재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동백이와 이름이 같은 동백꽃은 지금이 한창이며 오는 4월까지 피는 겨울꽃이라고 합니다. 올해 동백꽃이 지기 전 동백이와 평생 함께 할 집사가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입양문의: 유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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