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다리 회담 때 文 옆 지킨 비서관 "김정은에게 원전USB를? 기가 찬다"

입력
2021.01.31 10:00
조한기 전 청와대 비서관 "악의적 왜곡"
"김종인 '이적 행위' 발언, 선거 앞 '북풍 공작'"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 옆을 지킨 조한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31일 문 대통령이 도보다리 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원자력 발전소 관련 자료가 담긴 USB를 건넸다는 보도에 대해 "거짓이자 악의적 왜곡"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 김정은과 도보다리 회담 때 발전소 USB 건넸다'는 제목의 일부 언론 기사를 게재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 장면을 이리 왜곡할 수 있다니 기가 찰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제1부속실 비서관을 지낸 조 전 비서관은 2019년 8월까지 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4·27판문점 회담은 물론 그해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진행 상황을 문 대통령 옆에서 챙긴 인사다.

그는 "(도보다리 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당시 의전비서관이었던 나는 김창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며 "두 정상이 물밑거래를 했을 것이라고 은연중 연상시키는 악의적 왜곡"이라고 말했다. 도보다리 회담을 지켜본 당사자로서 원전 자료가 담긴 USB를 건네거나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北에 원전 지어주자는 주장, 보수진영이 먼저"

조 전 비서관은 전날인 30일에도 페이스북에 "4·27 회담과 9·19 회담의 처음부터 끝까지 실무 준비를 했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대통령과 함께 했다"며 "물론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논의는 어디에서도 없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오히려 북한 원전 건설은 보수진영이 먼저 주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4·27 회담) 보수언론이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자는 적극적인 주장을 해 놀란 기억은 있다"며 "과거 한미일 삼국 북한 핵 포기를 조건으로 북한에 경수로를 짓다가 멈춘 사례가 있어 그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슷한 주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외쳤을 때도 우후죽순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이적 행위' 발언 증거 제시하고 책임져야"

조 전 비서관은 북한 원전 건설 논의 의혹을 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이적 행위'라고 발언한 데 대해 과거 '북풍 공작'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이 또다시 북한 관련 이슈로 선거판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북풍 몰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과거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돈을 주고 휴전선에서 남쪽을 향해 총을 쏴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른 북풍 공작"이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당연히 북풍 공작이 떠오른다. 그들의 DNA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조 전 비서관은 김 위원장에게 "이런 위험하고 무모한 발언을 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검찰발(發) 언론 기사가 근거라면 더 분명하게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선거를 앞둔 공작성 발언이라면 당연히 그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