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제10회 변호사시험에서 시험용 법전에 밑줄을 긋도록 허용한 법무부 방침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법무부가 부정행위를 방치하고 종용했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로스쿨 학생회는 28일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에 “법전 밑줄 허용 방침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고, 시험 관리ㆍ감독상의 과오를 은폐한 관련자를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5일부터 나흘간 치러진 변호사시험 도중, 법무부가 시험용 법전에 밑줄을 그어도 된다고 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제1~9회 시험 땐 논술형 시험 중 법전을 제공하되, 법전에 밑줄을 긋거나 표시를 남기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전을 매시간 회수한 뒤 무작위로 다시 배포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번 제10회 시험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험생들에게 ‘개별 법전’을 지급했다. 법전이 회수되지 않아, 수험생들로선 쉬는 시간 중 특정 부분에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남기는 게 가능해졌던 셈이다.
서울대 로스쿨 학생회는 “법전에 밑줄을 표시하게 하는 건 커닝 페이퍼(시험 답안을 베낀 쪽지)를 허용하는 것과 같은 의심의 여지 없는 부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고사장에서만 법전 밑줄을 허용해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유례 없이 ‘법전 밑줄’이 가능하다고 통보해 시험 진행 도중 일방적으로 규칙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단체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법실련)는 이날 변시 문제 유출 논란과 관련해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제10회 변호사 시험 당시, 공법 기록형 시험문제 중 한 문항이 연세대 로스쿨 수업에서 다뤄진 문제와 동일하다는 지적이 일자, 법무부는 해당 문항을 전원 만점 처리했다. 이에 법실련은 지난 25일 법무부의 만점 처리 의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선발시험으로 왜곡돼 운영되고 있는 변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박 장관과의 면담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