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정인이, 박원순 부실수사...경찰 믿을 수 있겠나

입력
2021.01.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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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에서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이를 덮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동안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이유 중 하나로 영상이 없어 진술만으로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는 점을 들어왔다.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인 최승렬 수사국장은 25일 이런 설명이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까지했다.

경찰은 해당 경찰을 대기발령하고 진상조사단까지 꾸려 "결과에 따라 엄정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운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경찰은 문제의 영상이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이나 서장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었다며 경찰의 부실보고에 무게를 둔 듯하다.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낸 변호사 연루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담당 경찰은 "몰랐다"고 한다지만 피해자 주장대로 "영상은 그냥 안 본 것으로 하겠다"는 말이 고위 공직자 출신인줄 모르는 조사에서 나올 법한 말인지 의문이다.

경찰의 부실 수사는 최근 국민적인 관심사를 끈 사건에서 반복되고 있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정인이 사건은 연거푸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는데도 경찰이 번번이 무혐의 처리하는 바람에 일어난 비극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도 6개월 가까이 40여명의 전담 수사진으로 조사하고서도 진상을 밝히지 못해 애초 수사 의지가 없었거나 무능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자초했다.

검경수사권이 조정되면서 올해부터 경찰의 권한이 크게 늘었다. 독자적인 수사종결권을 가진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했고 3년 뒤 대공수사권까지 갖게 된다. 비대해진 경찰이 과연 제대로 수사해 법치를 확립하고 인권을 보호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일련의 사건들에서 그런 우려를 사실로 확인했다고 해도 경찰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권한에 걸맞은 자질과 능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경찰 역시 언제든 개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