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행정명령 활용 속도는 역대급이다. 행정명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손쉽게 뒤집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미리 준비했던 카드였다. 정식 입법을 거치지 않아 의회정치 훼손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공화당은 속수무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안 폭탄까지 떠안은 공화당은 분열과 갈등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24일까지 발동한 행정명령은 19개다. 25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ㆍ미국산 제품 구매)’ 명령을 시작으로 29일까지 추가 행정명령이 줄줄이 준비돼 있다. 취임 후 일주일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이 5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5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1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예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행정명령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년의 혼란 이후 (행정명령 정치가) 새로운 정상(normal)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취임 닷새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이든의 백악관은 초기에 충분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바이든이즘’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 예산위원장은 24일 미 CNN에 출연해 단순 과반으로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조정권’을 행사해서라도 바이든표 법안을 조기에 통과시키겠다고 힘을 실었다.
일부에서는 행정명령 정치의 한계도 지적한다. WP는 “행정명령은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도구”라며 “바이든은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이나 국경장벽 건설 중단 같은 정책 변화 신호를 주거나 관료들을 움직이는 데는 (행정명령을) 사용할 수 있지만 오직 입법만이 다른 대통령처럼 중대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행정명령 공세에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트럼프 탄핵안을 두고 자중지란 조짐만 감지된다. 25일 상원에 송부된 탄핵소추안은 다음달 8일부터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앙숙이었던 밋 롬니 상원의원 같은 경우 이날 “우리가 본 것은 내란 선동인데 이는 탄핵당할 만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기를 노리는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은 “(탄핵) 심판은 멍청한 일이고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위협 조치도 속속 예고되고 있다.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 10명에 대해 2022년 중간선거 당내 경선이나 투표권 제한 등의 보복이 취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외에 ‘마가(MAGAㆍ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당’이나 ‘애국당’(Patriot Party)을 창당할 것이란 얘기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탄핵 투표에서 찬성을 던질 가능성이 있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경고를 남겼다”라고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