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중국이 들썩이고 있다. 정확히는 중국 마스크 업계다. “영락없이 망하는 줄 알았는데 숨통이 트였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 마스크는 지난해 수출을 이끈 효자상품이자 무역흑자의 일등공신이지만, 미국이 중국산을 외면하면서 생산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던 상황이었다. 미국이 ‘큰 손’으로 변신하길 중국이 고대하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로 향후 100일 동안 연방정부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코로나19 사망자가 내달 5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 속에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치다. 상무부 관료를 지낸 허웨이원(何偉文) 중국국제무역학회 중미유럽연구센터 주임은 “미국인들이 행정명령을 얼마나 따를지 알 수는 없지만 불이행에 처벌이 따르는 만큼 상당수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마스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으로 팔려나가면서도 미국에서는 예상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3월부터 연말까지 중국이 수출한 마스크는 2,242억개(3,400억위안ㆍ약 57조9,000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 마스크 교역의 30%를 중국산이 차지했다. 이중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 마스크는 420억개에 그쳤다. 언뜻 많아 보이지만,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인 서구 정서에 중국산 마스크 ‘불량’ 파동까지 겹치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그 사이 중국 마스크 제조업체는 최대 90%가 문을 닫았다. 호황을 노리고 앞다퉈 뛰어들었지만 미국은 물론 미국의 우방국들이 잇따라 중국 마스크를 외면하면서 수요가 생산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 공장의 마스크 출고가격은 0.1위안(약 17원ㆍ수술용 기준)까지 떨어져 생산원가를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마스크를 중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올해 들어 중국 업체로의 마스크 수입 문의 전화는 지난달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난 추세다. 중국 안후이성의 한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는 25일 환구시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래를 끊었던 바이어들이 이제는 FDA 수출 인증을 먼저 주선하겠다며 이전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 업체의 미국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 내 수요 급증에 대비해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마스크 물량을 선점하려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