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은 김연아…'예비 빅리거' 진우영의 꿈과 도전

입력
2021.01.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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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진우영이 구단의 첫 한국인 선수로 기록되길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SB네이션은 지난해 4월 캔자스시티의 한국인 루키 선수를 주목했다. 글로벌선진학교를 졸업하고 2018년 8월 캔자스시티와 계약한 진우영(20)은 2019년 루키리그에 데뷔, 14경기에서 6승2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미국 무대 적응에 탄력을 받나 싶더니 지난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쉽게 개막이 무산됐다. 올 시즌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진우영은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여 맸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가 주최하는 제주 트레이닝 캠프에 2년째 참가 중인 진우영은 22일 ”지난해 3월 마이너리그 캠프를 하다가 시즌이 무산돼 돌아왔다“면서 ”올해도 변수가 있지만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올 시즌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는 4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우영은 고교 시절 투타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2017년 12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마추어 선수들의 홈런 더비인 '국제 파워 쇼케이스'에 참가했을 정도로 파워 히터이기도 했다. 하지만 캔자스시티는 그의 투수로서의 재능을 더 높게 평가했다. 진우영은 "재작년 루키리그에서 직구는 최고 150㎞ 대까지 나왔고,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터도 던졌다"고 소개했다.

진우영이 졸업한 글로벌선진학교는 국제화 대안학교다. 졸업생 40% 이상이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미국 50위권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학교다. 진우영은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프로젝트도 하고 야간훈련까지 했다. 시험기간엔 새벽까지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고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모든 과목 수업은 원어민 교사에 의해 영어로 진행된다. 현지 언론이 유망주로 꼽을 만큼 진우영의 빠른 성장은 언어 문제를 해결한 덕이 컸다. 그는 "야구선수가 못 되었다면 메이저리그 구단 프런트라도 하고 싶었다"면서 "지금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건 아니지만 통역 없이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인이라 두려움도 있었지만 구단이 문화적으로 존중해주고, 가족같이 대해줘서 첫해 적응도 빨리 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글로벌선진학교를 이끌었던 그의 스승 최향남 감독과는 미국 진출 후에도 가끔씩 통화한다. 진우영은 "몇 달 전 감독님과 통화를 했다. 어려운 시기에 잘 버티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제주 캠프는 24일 끝난다. 진우영은 "작년에 김용일 코치님의 주선으로 이곳에서 처음 운동했는데 큰 도움이 돼서 다시 찾게 됐다"고 말했다. 대선배인 류현진(토론토)도 이곳에서 만났다. 진우영은 "2년 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류현진 선배님의 오키나와 훈련에 동행했고, 이번에 다시 만났는데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해 주셨다"고 했다. 야구선수로 우상은 류현진이지만 그의 롤모델은 김연아라고 한다. 진우영은 "야구라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말을 듣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며 모범이 되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그런 면에서 김연아 선수님이처럼 되는 게 최종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진우영은 꿈의 무대 입성 시기를 4년 후로 잡고 있다. SB네이션도 코로나19 변수를 맞기 전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의 분석을 인용해 "진우영은 로열스에서 유망주 순위 43위에 올라 있으며, 2024년 빅리그에 데뷔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진우영이 꿈을 이루면 캔자시스티 유니폼을 입는 최초의 한국인 빅리거가 된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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