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가 돌아왔다… “새 정부서 해방감 느껴”

입력
2021.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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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아"

“다소 해방감을 느낀다.” 21일(현지시간)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 연구소 소장은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하며 미소 지었다. 취재진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할 때와 어떤 점이 다르냐’고 묻자 내놓은 답이다.

파우치가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19일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백악관을 떠난 지 두 달 만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신임을 받은 그는 대통령 수석보좌관까지 겸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대통령과 충돌하는 상황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아무 뒤탈 없이 뭔가를 말할 수 있다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등 작심한 듯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갈등을 언급했다. “(전임 대통령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아 불편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대표 사례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꼽았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이는 이 약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해결의 ‘게임체인저’로 극찬했다. 당연히 파우치 소장은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점을 들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거꾸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과학을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표현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험성을 경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가 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하는 점을 추켜세운 것이다.

실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 중단을 지시하면서 미국은 앞으로 ‘코백스 퍼실리티’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WHO가 주도하는 코백스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로, 92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미국은 불참했다. 백악관은 그간 중단됐던 보건 당국자들의 브리핑도 재개할 방침이다. 파우치 소장은 “15분 전 대통령과 (코로나19) 우선순위를 논의했다”며 “만약 일이 잘못되면 손가락질하지 말고 바로잡고, 모든 것을 과학과 증거에 기반하도록 하자는 얘길 나눴다”고 전했다.

미국 내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파우치 소장은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부터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37년간 7명의 역대 대통령과 일했다. 전문적 식견을 갖춰 후천면역결핍증후군(AIDSㆍ에이즈), 에볼라 등 보건 위기 때마다 미국의 방역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정파에 치우치지 않아 국민들의 무한 신뢰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히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트럼프는 파우치를 ‘재앙’ ‘멍청이’라 부르며 몰아붙였고 방송 인터뷰를 막기도 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