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햄스터입니다. 설치목 쥐과에 속하는 포유류인데요, 많은 사람이 제가 작고 귀엽다며 반려동물로 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반려용 외에 다른 용도로도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실험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는데요. 흔히 쓰는 생활용품인 치약 등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구강점막자극 시험을 해야 하는데, 이때 제가 동원됩니다. 연구자는 제 볼록해진 볼에 물질을 적용하고 이를 삼키지 못하게 하려고 목을 잡지요.
실험에 동원된 햄스터는 2019년에만 2,950마리입니다. 사실 실험에 쓰인 햄스터 수가 많은 건 아닙니다. 동물실험에 사용된 실험동물 수는 371만2,380마리인데요, 이 가운데 저를 포함한 마우스, 래트 등 설치류가 무려 86.9%나 차지합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동물실험을 줄이고, 대체시험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실험동물 수는 2016년 287만8,000마리에서 2018년 372만2,000마리로 늘어난 뒤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09년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라는 곳이 만들어졌고, 동물대체시험법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데 왜 실험동물 수는 줄어들지 않는 걸까요.
국내에서는 아직 대체시험보다 동물실험을 하는 편이 저렴해서입니다. 또 동물대체시험법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장려 등 많은 지원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합니다.
최근 실험동물들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1일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방안을 담은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안'(이하 동물대체시험법 촉진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대체시험법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개발된 시험법이 현장에 보급∙이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내용입니다.
법안 마련에 수년간 참여해 온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국내에서는 새로운 대체시험법이 마련돼도 부처간 소통과 참여부족으로 활용이 부진하다"며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동물실험 대체 연구를 선도할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동물실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시험법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필요한 동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동물대체시험법 촉진법 통과시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