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코로나 백신 맞아도 괜찮겠니

입력
2021.01.22 04:30
26면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백신 그냥 맞아도 되겠니? 다른 나라서 그 백신 맞고 사람 죽었다는데…"

며칠 전 안부 전화를 드리니 어머니가 대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얘기를 꺼내셨다. 걱정되시느냐고 여쭸더니,

"코로나 안 걸린다니까 맞긴 맞아야 하는데 신경이 왜 안 쓰이겠어." 주변 어르신들도 비슷한 염려를 하고 있으시단다.

사망자가 나온 노르웨이 정부나 전문가들이 백신과 사망이 직접 연관돼 있지 않다고 했다는 뉴스를 전하며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그러냐"는 어머니 목소리에는 찜찜함이 담겨 있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백신 물량 확보는 해결이 돼 가고 있고, 우리 의료 시스템은 지난해 두 달 안에 국민 2,000만명에게 독감 백신을 맞힐 정도로 저력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이제는 국민들이 접종을 잘 따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상황 때문에 접종을 망설일 수 있지만 국민들이 접종을 잘 해줘야 접종률도 올라가고 방역 당국도 힘을 낼 수 있고 최종 목표인 집단 면역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행히 한국갤럽과 WWS회원사가 32개 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향' 조사에서 한국 국민 87%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32개 나라의 평균 71%보다 높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가짜 정보의 공포 조장이라는 복병이 남아있다. 지난해 가을 독감 백신을 둘러싼 혼란이 떠오른다. 백신을 맞고 난 뒤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자 언론은 '독감 백신 사망 사건'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방역 당국이나 전문가들은 먼저 과학적 연관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뉴스는 물론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사례 조사 결과, 독감 백신과 사망은 직접 연관이 없다고 공식 발표를 했지만 많은 이들은 독감 백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는 믿음을 바꾸지 않았다. 실제 19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12월 독감 백신 예방 접종률은 71.7%였다. 1년 전의 80.7%보다 9%포인트 낮은 수치다.

영국 브리스톨대 스테판 레완도우스키 교수를 비롯해 의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커뮤니케이션 핸드북&위키'를 펴냈다.

이들은 "대중 그리고 언론에 백신을 맞은 뒤 뚜렷한 인과 관계가 없는 심장마비, 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며 "예를 들어 1,000만명이 백신을 맞으면 안타깝게도 2개월 안에 1만4,000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달부터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많은 이들이 백신을 맞을 지를 고민할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의견을 묻고, 자식은 부모님에게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때문에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전문가들의 의견이 중요하고, 언론은 그 내용을 잘 전달해 대중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 어떤 추측이나 선입견을 덧붙여서는 안된다. 백신을 접종하는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와 작별하기 위해서지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의 씨앗을 키우려는 게 아니니까.

박상준 이슈365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