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일제 수탈 상징물에 '단죄비' 설치 논란

입력
2021.01.20 16:09
동양척식주식회사 등 건축물 대상 
문화재청 "문화재 보존에 영향" 불허
목포문화연대 "어불성설" 강력 반발




전남 목포시가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등 일제 잔재 건물에 단죄비(문) 설치를 추진하자 문화재청과 전남도가 불허하자 목포문화연대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목포문화연대에 따르면 삼일절을 맞아 원도심 구 목포 일본영사관과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에 단죄비 설치를 위한 현장변경 허가를 문화재청과 전남도에 신청했다. 두 기관에 설치될 단죄비 규모는 가로 80㎝, 세로 63㎝, 폭 23㎝이다.

단죄비는 "국권을 강탈하고 조선인들의 인권을 유린한 일제 식민 통치의 선봉 잔재물이다"(구 일본영사관), "경제 독점과 토지, 자원의 수탈을 목적으로 일본이 세운 식민지 수탈 선봉 잔재물"(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문화재청과 전남도는 사적지 289호, 전남도 기념물 174호인 이들 시설에 대한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불허했다. 또 단죄비는 일반적으로 친일행위를 한 인물에 대한 심판 의미로, 건축물에 설치하는 것은 내용과 의미에서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을 추진한 목포문화연대는 문화재청과 전남도의 불허 사유가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문화연대는 드라마 '호텔 델루나' 촬영지를 관광상품화하기 위한 포토존은 가능하고, 단죄비는 허가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단죄비 건립은 후손들에게 일제 잔재의 역사적 인식을 고취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 수탈의 대표적 상징물에 설치하는 단죄비 불허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목포 원도심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구 일본 영사관, 동양척식주식회사, 일본인과 조선인이 분리돼 거주했던 적산가옥 등 일본 잔재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박경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