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발장' 되느니 영등포 '0원 마켓'으로... "구민이면 공짜"

입력
2021.01.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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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 상당 생필품 가져갈 수 있어
경기 '푸드마켓' 이어 복지 사각 해소
양심 기대는 한계·지속가능성 과제


'코로나 장발장'을 막기 위한 경기도의 '푸드마켓'에 이어 서울에도 무료 식료·생필품점이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생계를 잇기 곤란한 취약계층, 복지사각 해소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에 실효성, 사업 지속가능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서울 영등포구는 생계를 위협받는 구민이 3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영원(0원)마켓’을 개장했다고 19일 밝혔다. 0원마켓은 당산1동ㆍ신길1동ㆍ신길6동에 있는 영등포구 푸드뱅크ㆍ마켓 3곳 내에 별도 코너로 차려져 지난 18일 운영에 들어갔다.

기존 푸드뱅크와 0원마켓의 가장 큰 차이는 본인이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느끼는 구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격심사' 없이 3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구민이라는 점 외에는 별도로 자격 요건을 점검하지 않고, 개인의 양심에 맡기고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 목적을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푸드뱅크는 긴급지원대상ㆍ기초수급탈락자ㆍ차상위계층으로 이용 대상이 한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이용 구민은 구청에 푸드뱅크 이용 신청서를 내서 구청으로부터 기초수급탈락자나 차상위계층 여부를 확인받은 뒤 카드를 발급받아야 했다.

0원마켓을 처음 이용할 때는 푸드마켓이용동의서(개인정보제공동의서)만 쓰면 되지만 2회째부터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방문상담 동의서’를 써야 한다. 0원마켓을 2회 방문하는 처지의 구민이라면 '생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인 만큼, 이들에게 맞춤형 복지상담을 제공하려는 취지다.

앞서 경기도도 지난해 12월부터 ‘0원마켓’과 유사한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성남ㆍ광명ㆍ평택에 위치한 푸드마켓과 복지시설 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 지원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선심성 대책’이란 점에서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용 자격을 대폭 완화한 탓에 이를 악용하거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푸드마켓이나 0원마켓 모두 후원ㆍ기부 의존도가 높다. 영등포구의 경우 관련 예산 20억원 중 운영비ㆍ인건비(3억원)를 제외한 후원금(6억5,000만원)과 후원품(10억7,000만원)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구 관계자는 “2월부터 관내 기업 등을 대상으로 사업 취지를 설명해 후원을 확대하고, 각종 사회공헌사업 참여도 유도할 것”이라며 “푸드뱅크도 1년간 이용하면, 다음 1년은 다른 복지사업으로 연계하도록 올해부터 제도를 정비했다”고 말했다. 채현일 구청장은 “지원이 꼭 필요한 이웃들이 도움 받을 수 있도록 구민 분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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