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장에 내정된 김진욱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내내 여야 의원들 앞에 '납작' 엎드리는 자세로 답변을 이어갔다.
김 후보자는 공수처의 중립성·공정성·독립성 확보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요한 질문과 우려에 시종일관 "명심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의원의 질의를 듣거나 답변하는 동안 테이블 아래에선 줄곧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김 후보자의 이 같은 모습은 지난해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포착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위 바위 보' 포즈와 대조적이었다. 당시 윤 총장은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의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다양한 손짓을 보여줬고, 이 모습이 마치 가위 바위 보를 하는 것과 비슷하게 보여 화제가 됐다. 물론, 이 같은 몸짓, 손짓 속에서 나온 그의 발언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김 후보자 역시 답변 도중 간혹 손을 올려 제스처를 취했지만 대부분 가슴 아래에 머물렀고 차분했다.
김 후보자는 단정한 자세만큼 답변도 차분하게 이어갔다. 공수처의 중립성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 섞인 질문에는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닌 국민 편만 들겠다"고 밝혔고, 공수처장이 '얼굴마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담담한 목소리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인사제청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확실하게 밝히기도 했다. 정치적 편향 인물의 공수처 차장 임용 압박에는 공수처법상 '인사제청권'을 활용해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의 '납작한' 자세 덕분인지, 이날 청문회장 풍경은 다른 인사청문회와 사뭇 달랐다.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인사는커녕 고성을 지르며 피켓 시위까지 벌였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가와 인사하는 김 후보자와 주먹인사를 나눴고, 단말기에 즐겨 부착하던 '반대' '사퇴' 등의 문구도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흡을 이유로 발언권을 얻어서는, 단타성 '돌직구 발언'을 서슴 없이 날리는 장면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그 동안 장관 등 후보자들을 향해 날 선 질문을 던지고 언쟁을 벌여 온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질문 도중 김 후보자를 향해 "축하한다는 말은 못하지만 임기가 끝난다면 수고했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