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짚은 부동산 실책 원인은 '세대 증가'... 특단 공급책 나온다

입력
2021.01.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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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1만 세대 늘어난 건 사실
공급 대책에 급증한 세대수 반영될 듯
문 대통령 "시장 예상 뛰어 넘는 물량"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그동안 부동산 투기 방지에 역점을 뒀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실책’을 인정했다.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데 이어 거듭 고개를 숙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이유로 저금리, 시중에 풀린 유동성과 함께 예측을 벗어난 세대수 증가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과거 정부보다 주택 공급을 늘렸기 때문에 투기를 잘 차단하면 충분히 공급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면서도 정책 실패의 배경으로 "작년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는데 세대수는 무려 61만 세대가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세대수 증가, 정책 영향 배제 못해

지난해 세대수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맞다. 통계청의 행정구역별 주민등록세대수에 따르면 전국 세대수는 2019년 2,248만1,466가구에서 지난해 2,309만3,108가구로 1년새 61만1,642가구가 늘었다. 이는 2018년에서 2019년 늘어난 43만8,519가구에 비해 큰 폭(17만3,123가구)의 증가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41만96가구가 늘었다.

지난해 집값 광풍의 근원지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전체 증가분의 절반이 넘는 32만여 가구가 늘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정부가 예측했던 공급의 물량을 수요가 더 초과하게 됐고, 결국 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 불안에 저금리나 투기도 한 요인이지만 간과한 게 바로 폭발적인 실수요 증가”라며 “젊은 층의 결혼이 늦어지고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집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그 만큼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반면 1가구 1주택을 우대하는 성격의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대 분리를 하면 1가구 2주택에 비해 세금을 줄일 수 있고, 부동산 규제지역에서는 세대주에게만 1순위 청약 자격을 줘 청약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가구 분화로 인한 세대수 증가가 사회 현상이기도 하고,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기조로 증여가 늘며 세대수 증가를 가속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대수 증가를 예측 못한 것부터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세대수 예측과 주택 공급률, 자가점유율 등을 보고 부동산 정책을 세운다”면서 “세대수 예측을 못했다는 건 그만큼 준비가 안 됐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 주택 공급 확대 자신

문 대통령은 최근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설 연휴 전에 특단의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세대수 증가를 강조한 이상 공급 대책에도 이를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서울 시내 공급과 관련해 "공공 참여를 더욱 늘리고,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재개발,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공급을 특별하게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정부는 이미 추진 중인 1, 2인 가구에 맞는 행복주택 등 중소형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역세권 고밀 개발 등을 통해 더욱 공급 물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위원은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은 국토부가 곧 내놓을 공급 대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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