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두 키운 SLBM 공개하고 ICBM 숨긴 北... 노림수는?

입력
2021.01.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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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4일 개최한 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눈에 띈 전략무기는 크게 두 가지다. 탄두를 키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시옷)’과 전술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이다. 핵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SLBM과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KN-23 개량형을 선보여 한미 양국을 ‘핵’으로 압박한 것이다. SLBM은 미 본토를 겨냥한 위협적 무기로, 단거리 미사일인 KN-23 개량형은 대남용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보이지 않았다.


3개월 만에 등장한 신형 SLBM, 실제 성능 개량했나

15일 조선중앙TV가 녹화중계한 열병식에서 북한이 수중전략탄도탄이라고 부르는 신형 SLBM ‘북극성-5ㅅ’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김일성광장에 등장했다. 조선중앙TV 아나운서는 “수중전략탄도탄, 세계최강의 병기, 우주 만리까지 내뻗치는 조선의힘이 등장했다”고 자찬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공개한 북극성-4ㅅ과 동체 길이는 비슷하지만, 둥근 형상이었던 탄두부가 뾰족하고 길어졌다. 다탄두를 탑재하거나 사거리를 연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극성-4ㅅ보다 탄두부가 길어져 더 큰 다탄두를 넣기에 용이한 디자인으로 변경됐다”며 “ICBM급 SLBM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불과 3개월 만에 성능개량에 성공했는지는 미지수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같은 성능이어도 탄두부 형상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북극성-5ㅅ을 완전한 새 무기로 보기 힘들다”면서 “더구나 2019년 10월 수중 발사한 북극성-3형과 달리 4형과 5형은 시험 발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열병식은 군사적 로드맵을 보여주는 자리로 여기에 등장했다고 해서 당장 실전 투입이 가능한 무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극성 4-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여 북극성 5-ㅅ은 실제 개발된 것이 아닌 모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KN-23 개량형도 기존 KN-23에 비해 탄두가 뾰족해졌다. 이동식발사차량의 바퀴도 기존 4축에서 5축으로 늘었다. 신 연구위원은 “미사일 격납고 부분이 더 길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전술핵(소형 핵무기)을 탑재하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존 KN-23의 사거리(500㎞)보다 길어져 남한뿐 아니라 일본(주일미군)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이날 중장거리 지대지 순항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략 무기도 공개했다. 탄도미사일에 더해 순항 미사일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北, 핵 보유국 지위 깔고 미국과 협상?

이번 당 대회에서 핵을 36번이나 언급했던 북한은 열병식에서도 핵 무력을 과시했다. 북한이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보유’를 전제로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열병식에서 보여준 2개의 미사일을 통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군축(축소) 협상을 하자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거리상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이 등장하지 않은 것을 놓고 대화를 시작하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대회에서 미국을 “최대의 주적”이라고 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이번 열병식이 대내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례적으로 3개월 만에 열병식을 열었다. 당 대회를 기념해 열병식이 열린 것도 처음이다. 신종우 연구위원은 “이번 열병식은 집권 10년차에 접어든 김정은 위원장의 10번째 열병식”이라며 “경제 성과가 미흡한 북한이 군사 업적을 과시해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러시아식 털모자를 쓰고 열병식을 참관했다.

정승임 기자
조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