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적이 언제였나. 바빠도 너무 바쁜 세상, 우리는 늘 총총 대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떠 생계를 위한 일하랴, 아이들을 돌보랴 그러다보면 하루가 사라진다. 잠시 짬이 나도 스마트폰에 올라오는 영상과 이미지, 활자를 챙기다 보면 몸과 마음 모두 과부하 상태가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가만히 앉아 한숨 돌릴 여유를 선사한다.
저자 개빈 프레터피니는 ‘구름 추척자’다. 어린 시절부터 구름의 매력에 푹 빠져 매일매일을 하늘을 관찰하다, 2005년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 120개국 5만 3,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을 만큼 나름 탄탄한 조직이다. “우리는 구름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구름이 없다면 우리 삶도 한없이 초라해지리라 믿는다”로 시작한 창립선언문은 “고개를 들어 덧없는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항상 머리를 구름 속에 두고 사는 것을 잊지 말라”는 당부로 끝난다. 회원들은 자신이 찾아낸 구름 이미지를 공유하는데, ‘거친물결구름’이란 새로운 구름 분류도 찾아내는 성과도 거뒀다. 이 구름은 세계기상기구가 발행하는 '국제구름도감' 2017년판에 실렸다.
책은 ‘구름추적자’들이 촬영한 구름 사진들을 담뿍 모아 놓은 사진집이다. 구름의 대명사격인 적운(뭉게구름)에서부터 보는 이의 마음마저 가볍게 하는 권운, 폭우를 몰고 오는 적란운까지 구름의 10가지 유형을 소개하고, 종종 UFO로 오인되는 렌즈구름, 두루마리구름과 같은 변종들도 보여준다. 세상에 이런 구름까지 있나 싶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SNS에서 자주 접해본 ‘무언가를 닮은 구름들’도 망라하는데, 조깅하는 브로컬리, 이집트 네페르티티 여왕 등 기상천외한 모양이 한가득이다. 이 밖에도 마그리트, 에드워드 호퍼 등 유명 미술가들이 구름을 어떻게 작품 속에 구현해 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저작권 문제로 구름협회 회원들이 찍은 구름 사진들은 책에서만 확인 가능하다.
저자는 구름을 보면서 명상에 잠기는 동안 멈춰 있던 감각을 깨우고,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며, 인생을 살아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고 구름 예찬론을 펼친다. 구름추적이 멍 때리는 걸 넘어선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안겨준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는 “자기돌봄은 창밖에 시선을 던지는 것만큼 손쉽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책”이라고 평했다. 하늘이 만들어낸 근사한 오브제인 구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오늘부터 당장 ‘1일 1구름’을 실천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