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서 나온 IMF 이후 최악 고용 성적표

입력
2021.01.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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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업자 22만명 감소...1998년 이후 최악
취약계층과 경제허리 3040  타격 더 커
정부 일자리 사업으로 고려층 일자리는 증가


코로나19 확산에 불어닥친 고용 한파로 지난해 취업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고용 충격은 취약계층과 우리 경제 허리인 30~40대 계층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직접 일자리 사업,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 각종 대책을 내놨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최악의 고용 충격을 막아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경제허리 3040, 취약계층에 더 가혹했던 고용한파

통계청이 13일 공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수는 2019년 대비 21만8,000명 줄어든 2,69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127만6,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정부가 취업자 통계를 작성한 뒤로 연간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그동안 오일쇼크가 덮친 1984년(-7만6,000명), 카드 대란이 벌어진 2003년(-1만명) 등 단 4차례에 불과했다. 연간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8만7,000명)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그나마 이런 최악의 고용 성적표도 정부가 적극적인 노인 일자리 사업을 펼쳤기에 얻을 수 있었다. 실제 30대(-16만5,000명), 40대(-15만8,000명), 20대(-14만6,000명) 취업자 수가 일제히 감소한 가운데 60세 이상 취업자 수만 37만5,000명 증가했다. 노인층을 뺀 15~64세 취업자 감소 수는 45만5,000명에 달한다.


임시, 일용 근로자 등 고용 시장 약한 고리인 취약계층도 고용 한파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았다.

지난해 임시근로자 취업자 수는 31만3,000명 감소했는데, 이는 1989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일용근로자 취업자 수 역시 2012년 이후 최악인 10만1,000명 감소를 기록했다.

다른 고용 관련 지표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시휴직자 수는 87만3,000명으로 2019년(44만3,000명)의 두 배에 가깝다. 198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다. 이들은 당장은 취업자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 이들이 실업자로 전환되거나, 그만큼 신규 채용이 미뤄질 수 있다.

실업자 수는 110만8,000명으로 2019년보다 4만5,000명(4.2%) 늘었다. 2000년 관련 통계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4.0%)도 2001년 이후 가장 높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인구는 1년 새 28만2,000명 증가한 237만4,000명에 달했다. 이들은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직활동조차 포기한 상태라 실업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12월에만 63만명 감소...고용한파 당분간 이어질 듯

더 우려되는 것은 최악의 고용 상황이 당분간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최장시간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의 영향을 받은 지난달에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62만8,000명이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후 고용 충격이 가장 심했던 4월(-47만6,000명)보다도 감소폭이 더 큰 것이다. 2019년 12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51만6,000명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가 1월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번 달에도 최악 수준의 고용 성적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달 12월 8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숙박·음식업 등의 취업자가 크게 감소했다"며 "1월 통계 조사 시점은 10일부터 16일까지인데 이 조치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어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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