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키우지 않는다’
여느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미래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 출신 부단체장을 선호하지 않는 지역정가의 배타적 정서를 함축한 표현이다.
그러나 김동일 충남 보령시장은 다르다. 보란 듯이 이를 뒤집는 파격 인사를 거듭하고 있다.
김 시장은 신축년 새 부시장으로 보령시 천북면 출신인 고효열 충남도 공보관을 영입했다. 앞서 지난해 말 명예퇴직을 한 정원춘 전 부시장(전 충남도 자치행정국장)도, 정낙춘 전 부시장(현 충남도 농림축산국장)도 죄다 역시 보령시 출신 인물이었다. 번번이 이 같은 인선을 이어가기는 충남은 물론 전국에서도 드문 사례다.
대부분의 시장‧군수들은 잠재적 경쟁자가 될 가능성을 지닌 지역 출신 부단체장을 내심 꺼린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부단체장이 직위를 활용해 슬그머니 입지를 다진 뒤, 자칫 선거판에서 경쟁으로까지 이어지는 부담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출직 자치단체장에게 부단체장 인선은 안팎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이 적지않은게 현실이다.
하지만 보령시 총무국장 출신인 김 시장은 그런 생각을 일찌감치 떨쳐냈다. 예전부터 눈여겨본 후배들에게 충남도청으로 전출하도록 강권했다. 시장 당선 이후에는 재목으로 성장한 이들을 부단체장으로 줄줄이 발탁했다. 김 시장의 인사 스타일은 상급기관인 도청의 인사 숨통을 열어주고, 영입한 부시장도 더 적극적으로 시정에 참여하는 등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또한 충남도청의 보령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협업의 성과로 이어져 보령 발전을 가속화하는 기틀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모신 세 분의 부단체장은 과거 함께 공직생활을 했던 동료이다. 오래 전 공직 선배인 제가 충남도청 전입을 권하고, 기안도 직접 올렸던 인연이 있다 ”
김 시장은 12일 시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단체장 파격 인사 배경의 일단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 시장은 “충남도에서 요직을 거치며 성장한 이분들은 능력과 자질이 충분한데다 재난과 악성 민원을 비롯한 위기 상황 시 충분한 대응력도 갖췄다”며 “업무 파악시간도 매우 짧아 성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1년6개월 재임한 뒤 충남도 농림축산국장으로 발령난 정낙춘 전 부시장에게 ‘보령시가 도청으로 출장을 보낸 공무원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며 “고효열 부시장도 보령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영입했고, 물론 양승조 지사도 아주 흔쾌히 공감했”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