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91%.’ 브라질과 터키 정부가 각각 발표한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코로나백' 예방 효과 수치다. 임상시험을 진행한 국가마다 효능이 제각각이다보니 중국산 백신을 향한 불신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구체적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제조사 측 행태도 의구심을 더한다. 하지만 서방 백신 확보 경쟁에서 밀려 딱히 대안이 없는 개발도상국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중국 백신에만 목을 매는 형편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4차례 실시된 시노백 백신의 예방 효과 수치는 천차만별이었다. 이날 브라질 상파울루주(州) 정부는 코로나백 효능이 50.38%라고 밝혔다. 1만3,000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을 진행한 결과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최소기준(50%)은 겨우 넘겼지만, 화이자(95%)·모더나(94.1%) 백신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특히 주정부는 7일엔 해당 백신의 예방효과가 78%라고 공개했는데, 일주일 만에 30%포인트나 더 떨어졌다. 연구소 측은 “증상이 아주 가벼운 경우는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지난달 터키가 공개한 코로나백 예방 효과는 91.25%다. 이날부터 코로나백 백신 접종에 들어간 인도네시아는 효과가 65.3%라고 밝혔다. 브라질 당국의 발표와 많게는 40%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여기에 시노백 측이 세부 임상 자료 공개는 극구 거부해 신뢰에 더욱 금이 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산 백신 효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며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로서 전 세계와 공유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약속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한 마디로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일부 국가에서 중국 백신이 정쟁 대상으로 전락한 점도 논란거리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연일 중국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반면, 경쟁자인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코로나백 접종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이 페트로브스키 호주 플린더스대 의학ㆍ공중보건대학 교수는 통신에 “감염병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국가들이 백신 효능을 과장해 표심을 얻고 지역 불안을 달래려 한다”며 "백신이 정치적 동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잡음에도 가난한 국가들에는 시노백 백신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서구 부자 나라들이 싹쓸이 한 탓이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서구 백신은 일러야 7월 공급돼 6월까지는 한 종류의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에 의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백이 2~8도 상태에서 유통되고 37도 고온에서도 20일 이상 문제가 없는 등 상대적으로 보관 및 운송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개도국에 매력적이다. 코로나백은 이미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를 비롯해 칠레, 인도, 우크라이나 등 저소득ㆍ중산층 국가에 3억개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