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중대재해법)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후퇴시킨 과정은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이달 5일부터 사흘간 3차례에 걸쳐 중대재해법을 심사한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소위를 되짚어 보면, 여당도, 야당도, 정부도 결과적으로 '한마음'이었다. 소위엔 민주당 의원 5명, 국민의힘 의원 3명과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법무부·국토교통부 등의 차관급 간부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처벌 수위와 대상을 줄이자고 했고, 국민의힘은 호응했고,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승인했다.
전체 사업체의 79.8%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면제하기로 한 건 여·야·정 3자의 '합작품'이었다. 중소기업벤처부(중기부)가 아이디어를 냈다. 회의 속기록을 보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5인 미만은 다 빼자. 다 빼고 중기부안 대로 (가자)"라고 말했다. 민주당 백혜련·송기헌·김용민 의원이 "5인 미만 중 일부 업종을 시행령으로 규정해 제외하자"는 절충안을 냈지만, 김 의원은 "그러면 5인 미만에 안전 조치를 철저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오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더 버티지 않았다. 소위 과반 이상 의석(8석 중 5석)이 있음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시키는 데 '수의 힘'을 굳이 쓰지 않았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가 굉장히 많이 발생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백혜련 소위원장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그냥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는 것으로 정리하겠다"고 마침표를 찍었다.
중대시민재해(공중이용시설·교통시설 결함 등으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한 공무원 처벌 특례조항 삭제 과정도 비슷했다. 6일 소위에서 "무리하게 집어넣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발언에 송기헌·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수긍했다. 유 의원은 '공무원 주의 해태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논리를 들었다.
박주민 의원이 반발했으나, 백 위원장은 "어쨌든 저희가 종료를 해야 될 것 같다. 내일은 또 '정인이법' 심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공무원 처벌 특례조항을 삭제하기로 정리했다.
양당은 경영책임자 처벌 하한을 징역 2년에서 1년으로 낮추는 데도 손발이 맞았다. 여야 의원들은 산재사망 사고 발생 시 현장 안전관리자에 7년 이하 징역형을 내리는 산업안전보건법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전주혜 의원은 5일 법안소위에서 "사망과 상해의 결과 책임에 있어 2년 이상의 징역과 7년 이하 징역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고 했고,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어느 쪽이 더 처벌돼야 하는지 평가해 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후 전 의원이 '징역 1년 이상'을 새로운 하한으로 제안했고, 박주민·김용민 의원이 동의했다. 백 위원장은 "그러면 정리하겠다"고 했다.
법안 명칭에서 '기업'을 빼는 데도 양당엔 이견이 없었다. 6일 소위에서 송기헌 의원이 "기업을 빼자"고 했고, 유상범 의원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하면 되겠다"고 호응했다. 반대한 의원은 민주당에도 없었다. 법안명에서 '정부'를 빼자는 정부 의견까지 받아들여졌다.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이란 원안 이름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됐다.
사흘 내내 회의장에서 제대로 된 반대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법 후퇴에 반대하는 정의당이 비공개로 진행된 소위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