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분식회계 등 혐의로 기소된 강덕수(71) 전 STX그룹 회장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형이 확정됐다. 재판에 넘겨진 지 6년 반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회삿돈 557억원을 빼돌리고, 계열사 자금 2,840억여원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2014년 5월 강 전 회장을 기소했다. STX조선해양의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9,00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고, 1조7,5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도 포함됐다. 1심은 이 가운데 5,841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679억5,000만원의 횡령·배임 범행 등을 유죄로 인정해 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선 집행유예형이 선고되며 석방됐다. 분식회계 관련 혐의가 모두 무죄로 뒤집힌 탓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이 회계 담당자들에게 지시하거나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은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다만, 횡령·배임액은 'STX건설에 대한 부당지원 231억원'이 추가돼 910억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강 전 회장 측과 검찰은 각각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를 모두 기각했다. '2심 형이 너무 무겁다'는 강 전 회장의 양형부당 주장도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대법원은 STX중공업의 연대보증 제공 관련 배임 혐의로 강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됐다가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희범 전 STX중공업·STX건설 회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에 대해서도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