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전담 경찰관, '정인이' 두 번 신고된 것 알고도 세번째 부실대응

입력
2021.01.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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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을 처리한 학대 예방 전담 경찰관(APO)이 세 번째 신고를 받고 출동할 당시, 이미 이전에 두 번 신고가 접수된 사건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 번이나 반복해서 들어온 신고임을 알면서도, 그 세번째 신고에서마저 또 다시 부실한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APO 제도 곳곳에서 구멍이 드러나며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 양천경찰서 소속 APO 2명은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두 번이나 있었음을 이미 알고도 세 번째 신고에 부실 대응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는 4개월에 걸쳐 세 차례 접수됐다. 지난해 5월 25일에는 어린이집 교사, 6월 29일에는 일반 시민, 9월 23일에는 소아과 의사가 정인양 몸에 남은 상처와 영양상태 등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다. 세 번째 출동에 관여한 APO 2명은 이 사건이 앞서 두 차례 신고 접수된 것을 알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APO는 제3의 병원에 소견을 구하지 않은 채, 정인양의 입 안 상처를 구내염으로 본 단골 소아과의 소견과 양부모 입장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정인양은 양부모로부터 분리되지 못했다. 정인양 학대 이후 몸 상태를 진단하고 3차 신고를 했던 소아과 의사는 "경찰에 정인양의 과거력을 모두 상세히 말했기 때문에 당연히 분리 조치 될 줄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APO가 학대 신고 반복 경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학대 가능성을 좀 더 따져봤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서울경찰청은 1~3차 신고 담당자 중 3차 신고 사건을 처리한 경찰관 3명과 APO 2명 등 5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경찰은 당시 APO의 안일한 대응이 정인이 사건에서 나타난 경찰의 총체적 부실 대응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보고 징계위에 이들을 회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건 담당자에 대한 단발성 문책만으로는 잇따르는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복되는 아동학대 방치 사례는 APO 제도 자체가 지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예컨대 가정 내 학대일 경우 폐쇄회로(CC)TV 확인이 불가하고, 몸에 상처가 명확히 발견된다고 해도 부모가 학대 사실을 계속 부정할 경우 주체를 특정할 수가 없다. 특히 아동이 정확한 진술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리거나 부모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아 APO가 초동 대응을 하기도 쉽지 않다.

정인이 사건처럼 증거가 충분하다고 해도, 고질적 인력난으로 인해 APO가 한 사건에 몰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국의 APO는 669명으로, 한 명당 가정 40~50곳을 도맡을 정도로 업무가 과중하다.

전문가들은 APO 제도의 전반적 개선과 함께 관련 분야 전반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APO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PO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의사, 경찰, 사회복지사가 동시에 협력해 같은 아동 학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