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2명에게 '스파링'을 가장한 학교폭력을 당해 중태에 빠졌던 고등학생이 최근 의식을 되찾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고교생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질졌으나 뇌 손상으로 앞으로 수년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이다.
5일 인천 중구 영종도 지역 맘카페인 '영종국제도시 엄마들의 모임: 영맘'에 따르면 피해 학생 A(17)군의 아버지는 지난 1일 이 카페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아들을 일반 병실로 옮겼다"며 "주치의 선생님께서 몇 년 길게 보고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뇌 손상이 있어서 그런지 아주 더디게 차도를 보인다고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좌뇌 손상으로 오른쪽 눈, 팔, 다리는 반응이 전혀 없는 상태이고 말하거나 먹지 못하지만 왼쪽 손과 팔을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며 "손가락 한개는 긍정의, 두개는 부정의 의미로 표현을 하는 등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고 미소도 지었다"고 했다.
A군의 아버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고 절망에서 희망이 보이지만 본인이 여기에 왜 와 있는지 어리둥절해 하며 매우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주치의 선생님께서 천천히 돌아올 수도 있고,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아들과 함께 이겨내겠다"며 "정성스럽게 적어주신 진심이 담긴 글, 댓글 하나 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는데, 아들한테 '많은 분들이 네가 일어나길 기도하고 응원하고 계신다'고 하니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영맘 카페는 앞서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일까지 '아들, 일어나 밥 먹자!'라는 이름으로 A군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을 벌였다. 모금에는 1,577명이 참여했고, 모두 3,463만원이 모였다. 모금 참여자들은 '아들 새해 복 많이 받아', '일어나 밥 먹자', '형아, 힘내세요' 등 응원 문구도 함께 보냈다. 앞서 영맘 카페 회원 등 영종도 주민들은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A군 가족에 전달하기도 했다.
A군에게 학교폭력을 휘둘러 중태에 빠뜨린 B(17)군 등 고교생 2명은 지난해 12월 28일 중상해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B군 등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3시쯤 영종도 한 아파트의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서 A군을 마구 때려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A군에게 머리 보호대를 쓰게 한 뒤 스파링을 가장해 약 2시간 40분 동안 번갈아 가며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을 당한 A군은 가족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찾지 못했다. 그는 외부 충격으로 뇌와 뇌 바깥쪽 경막 사이에 피가 고이고 앞니 4개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B군 등은 경찰에서 "스파링을 한 것"이라며 폭행한게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은 A군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A군의 여동생에게 '너희 오빠 나하고 스파링하다 맞아서 기절했다'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