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고위험자도 변시 볼 수 있다... 헌재, 가처분 인용

입력
2021.01.04 21:43
'확진자 등 응시 제한' 법무부 공고 효력정지 결정
"직업선택 자유 과도한 제한... 증상 감춘채 응시 우려"
법무부 "헌재 결정 존중... 차질없는 시험 위해 조치"

헌법재판소가 제10회 변호사 시험과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및 고위험자의 응시를 제한한 법무부 조처의 효력을 일부 중단하는 결정을 4일 내렸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자가격리 상태에 있는 수험생들도 5일부터 치러지는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헌재는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제10회 변호사시험 일시·장소 및 응시자준수사항 공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이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효력이 정지된 법무부의 공고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자의 시험 응시 사전신청 기한을 '2021년 1월 3일 오후 6시까지'로 제한한 부분 △코로나19 확진자의 시험 응시를 금지한 부분 △응시생 중 고위험자를 의료기관에 이송해 응시를 제한하도록 한 부분 등이다.

앞서 변호사 시험을 앞둔 수험생 6명은 '코로나19 확진자 시험 응시 전면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법무부의 공고를 문제 삼으며 지난달 29일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말 발표된 법무부 공고에 따르면, △사전신청 기한(올해 1월 3일 오후 6시) 이후 자가격리대상자가 되는 경우 △응시 도중 자가격리대상자가 되는 경우 △응시 전후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 △시험장 출입 후 고위험자로 판단되는 경우 등은 변호사 시험 응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헌재는 그러나 이 같은 법무부 공고를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라고 봤다. 헌재는 "변호사시험은 1년에 한번 치러지는 자격시험이고,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누구라도 언제든지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는 가운데, 감염위험이 차단된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는 게 가능함에도 확진자나 고위험자, 응시 사전신청을 하지 못한 자가격리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응시 기회를 잃도록 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아울러, 무리한 응시 제한이 코로나19 사태 악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오히려 의심 증상이 있는 응시 예정자들이 증상을 감춘 채 무리하게 응시하게 됨에 따라, 감염병이 확산될 위험마저 있다"며 "신청인들로선 시험 응시를 포기하거나 감염 위험을 무릅쓸 우려도 있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헌재의 결정 취지를 존중해 확진자도 격리된 장소나 병원에서 별도의 감독하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5일 시작되는 시험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험은 9일까지(7일은 휴식) 나흘간 전국 25개 대학에서 치러진다. 법무부는 "자가격리자는 시기와 무관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이미 조치했다"며 "현재까지 응시자 중 자가격리자와 확진자는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험생 일부는 "구체적인 방역 대책을 강구하기 전까지 변호사 시험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헌법 소원을 제기한 '코로나 시국의 제10회 변호사시험 운영 정상화에 관한 제 소송 당사자 및 대리인 모임'은 법무부 입장이 나오자 성명서를 내고 "법무부가 대책 없이 시험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는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무부가 졸속으로 마련한 확진자 응시 방안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헌재 결정을 존중한 운영 방식은 당장 시험을 멈추고 정밀한 대책을 마련해 응시생과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가운데 시험을 치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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