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에 ‘찍힌’ 마윈의 수난시대… 직접 제작한 TV 프로서 돌연 하차

입력
2021.01.04 00:47


중국 당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겸 앤트그룹 최대주주가 자신이 제작해 출연 중이던 TV 프로그램에서 돌연 하차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중국 당국을 상대로 날 선 발언을 쏟아낸 이후 그룹이 반독점 규제에 부딪히고 계열사 상장도 연기되는 등 각종 역풍을 맞고 있는데, 이 역시 당국 압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방송 경연 프로그램 ‘아프리카 기업 영웅’의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이던 마윈이 결승전을 앞두고 돌연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인 초보 기업인들이 마윈에게 직접 사업 구상을 발표하며 경쟁을 벌이는 형식이다. 올해 봄 정식 방영 예정으로, 마윈이 직접 제작했고 상금 역시 그가 설립한 재단에서 지급한다.

마윈은 촬영 초기부터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참가자들의 사업 계획을 평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열린 결승전에서는 마윈 대신 알리바바의 다른 임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은 이 프로그램 홈페이지 내 심사위원 명단에서도 삭제됐다. 홍보 영상에도 마윈이 일절 언급되지 않는다. 알리바바 대변인은 FT에 “마윈이 일정 문제로 심사위원을 맡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T는 “마윈이 중국에서 신임을 잃은 후 직면한 어려움의 징후”라고 진단했다. 그가 중국 규제당국과 국영은행을 비판한 이후 그의 모습이 프로그램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 회의 연설에서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이후부터 중국 당국으로부터 각종 규제 압박을 받고 있다. 당시 그는 “국유 은행이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중국 금융시스템 문제는 기능의 부재” 등 발언을 쏟아냈다.

이후 당국은 알리바바 그룹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다. 그룹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은 지난해 11월 예정됐던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고, 12월에는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그룹을 상대로 반독점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31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SCRC)가 앤트그룹이 보유한 일부 기술ㆍ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업 관련 투자 지분을 강제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그룹 시가총액은 10월 약 8,590억달러에서 5,860억달러로 2,730억달러(약 300조원) 가량 빠졌고 마윈의 순자산도 두 달간 110억달러(약 12조원) 가까이 폭락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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