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새해부터 생리용품에 부과하는 일명 ‘탐폰세’를 폐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생리용품의 높은 과세를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세금을 없애는 국가가 점차 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여성 위생용품 부가가치세를 의무화한 유럽연합(EU) 탈퇴를 계기로 세금 폐지가 가능했다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효과를 한껏 부각하는 분위기다.
3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이달 1일부터 생리용품에 매기는 5% 부가가치세가 폐지됐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탐폰세 폐지 약속을 이행하게 돼 자랑스럽다”면서 “(지난해) 학교와 병원에서 무료 위생용품을 제공키로 한 데 이어 모든 여성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필수 위생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여성 한 명이 평생 절약할 수 있는 생리용품 구입비는 총 40파운드(약 6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영국 여성인권단체 포셋 소사이어티의 펠리시아 윌로 회장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마침내 비필수 사치품으로 분류된 생리용품에 매긴 성차별 세금이 역사로만 남게 됐다”고 환영했다. 인권운동가들은 필수품인 여성 위생제품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수년간 세금 철폐를 요구해왔다. 현재까지 관련 세금을 없앤 나라는 캐나다 인도 호주 케냐 우간다 인도와 미국 일부 주(州) 등 소수에 불과하다.
영국에서는 2016년쯤부터 생리용품 부가세 폐지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영국 정부 예산에 처음으로 세제 폐지안이 담겼다. 영국이 지난달 31일 오후 11시를 기해 EU를 완전히 떠나면서 올해부터 해당 정책의 효력이 발생했다. EU 안에서도 생리용품 세금 폐지에 대한 논의는 있어 왔으나 답보 상태다. AP통신은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탐폰세 폐지를 탈퇴 초기의 긍정적 변화로 꼽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금 폐지를 환영하면서도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영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여성 위생용품 세금 폐지가 브렉시트 효용과 직결된다는 식의 정부 선전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여성 인권운동가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생리용품 무과세 활동은 브렉시트와 상관 없고, 오히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과 EU 전체가 세제 폐지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