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대 탈세'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2심 재판 다시 받는다

입력
2020.12.30 15:01
조세포탈 일부 무죄취지 파기환송
효성 측 "회사 입장 적극 소명할 것"

1,3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조석래(85)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3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던 불법 배당 관련 상법 위반 혐의는 유죄 취지로 파기되기도 했다. 이날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을 경우, 조 명예회장은 수감 생활을 해야 했으나 이번 파기환송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조 명예회장은 2003년부터 10년간 5,000억원대 규모의 분식회계를 통해 1,506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69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차명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싱가포르 지사에서 돈을 빌리고도 갚지 않아 회사에 293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도 적용됐다.

1심은 조 명예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는 무죄라고 봤으나, 1,358억원의 탈세 혐의는 유죄라고 판단했다. 2007년 회사가 손실을 봤는데도 249억원을 배당하도록 한 혐의도 유죄라고 했다.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탈세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일부 자산은 차명주식으로 보기 어렵다며 1심보다 탈세 규모를 낮췄다. 1심 때 불법 배당으로 인정한 부분도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조세포탈죄는 납세의무자가 일정액의 조세채무를 포탈한 것을 범죄로 봐 형벌을 과하는 것"이라며 "세법에 따른 과세요건이 구비되지 않는 한 조세채무가 성립하지 않음은 물론 조세포탈죄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효성그룹은 대법원 선고 이후 "이번 선고로 조 명예회장이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점과 사익 추구가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받은 점은 다행스럽다"며 "유죄로 인정됐던 일부 원심판결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회사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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