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심각한 환각, 환청, 편집증 등을 겪은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가 단순히 호흡기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갈수록 확실해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가벼운 신체적 증상을 경험한 이들 가운데 신경ㆍ정신병적 후유증을 앓는 사례가 미 전역에서 보고됐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를 겪은 한 42세 여성은 정신병력이 없었지만 최근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자녀를 살해하라’는 환청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다. 코로나19 병력이 있는 30세 건설 노동자가 사촌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실제 사촌을 죽이려고 한 사례도 보고됐다.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영국에서도 코로나19 입원 환자 153명을 상대로 신경ㆍ정신적 합병증을 연구한 결과, 10명이 새로운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페인의 한 병원에서 역시 비슷한 사례자가 10명 나왔다. 미 몬테피오레병원 정신과 연구소의 공동 책임자인 빌마 가베이는 “주로 코로나19로 크게 아프지 않았던 이들이 2주 내지 몇 달 후에 심각한 정신 질환을 겪었다”면서 “치매와 함께 고령층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증상자 대부분이 30~50대라는 점도 특이하다”고 설명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심각한 정신질환이 발생한 경우는 소수라고 판단했으나 공중보건 영역에선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앞서 코로나19가 인지능력 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도 공개된 바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 면역체계 반응이나 혈관 이상, 염증 급증 등이 정신건강과 뇌 기능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얼마 전에는 의학저널 ‘네이처 신경과학’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염증을 유발, 여러 가지 병증을 심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미 워싱턴의대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브레인 포그’와 같은 인지 장애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브레인 포그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상태로 집중력ㆍ기억력 저하, 피로감, 우울 등이 나타나고 방치할 경우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NYT는 “정신병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어떻게 다른 정신 질환으로 연결되는지, 풀리지 않은 의문이 아직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