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신체 증상뿐이었지만"... '정신질환'도 코로나 후유증

입력
2020.12.29 16:10
정신질환 경험 없는 환자의 후유증 보고
"면역반응, 염증 급증 등과 관련될 수도"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심각한 환각, 환청, 편집증 등을 겪은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가 단순히 호흡기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갈수록 확실해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가벼운 신체적 증상을 경험한 이들 가운데 신경ㆍ정신병적 후유증을 앓는 사례가 미 전역에서 보고됐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를 겪은 한 42세 여성은 정신병력이 없었지만 최근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자녀를 살해하라’는 환청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다. 코로나19 병력이 있는 30세 건설 노동자가 사촌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실제 사촌을 죽이려고 한 사례도 보고됐다.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영국에서도 코로나19 입원 환자 153명을 상대로 신경ㆍ정신적 합병증을 연구한 결과, 10명이 새로운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페인의 한 병원에서 역시 비슷한 사례자가 10명 나왔다. 미 몬테피오레병원 정신과 연구소의 공동 책임자인 빌마 가베이는 “주로 코로나19로 크게 아프지 않았던 이들이 2주 내지 몇 달 후에 심각한 정신 질환을 겪었다”면서 “치매와 함께 고령층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증상자 대부분이 30~50대라는 점도 특이하다”고 설명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심각한 정신질환이 발생한 경우는 소수라고 판단했으나 공중보건 영역에선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앞서 코로나19가 인지능력 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도 공개된 바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 면역체계 반응이나 혈관 이상, 염증 급증 등이 정신건강과 뇌 기능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얼마 전에는 의학저널 ‘네이처 신경과학’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염증을 유발, 여러 가지 병증을 심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미 워싱턴의대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브레인 포그’와 같은 인지 장애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브레인 포그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상태로 집중력ㆍ기억력 저하, 피로감, 우울 등이 나타나고 방치할 경우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NYT는 “정신병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어떻게 다른 정신 질환으로 연결되는지, 풀리지 않은 의문이 아직 많다”고 전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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