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 논란으로 불똥 튄 '이용구 사건'… 윤석열 선택 주목

입력
2020.12.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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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폭행 사건 '내사종결' 논란에 
"내년부턴 경찰 맘대로 사건처리" 우려 
검찰서 재수사 땐 윤석열이 최종 결정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이 검·경 수사권조정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면, 경찰이 이용구 차관을 입건하지 않은 사례처럼 '사건 암장'(몰래 사건을 덮음)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동언)는 시민단체들이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이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검찰에서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사건을 보내 수사지휘할지 이번 주에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할 경우 서초경찰서가 다시 수사를 맡을 수 있는 점, 피고발인이 고위공직자라는 점, 법리 판단이 중요한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해 직접 수사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서초서 수사팀이 이용구 차관 사건을 부실 처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아직 수사 주체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달 6일 밤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자신을 태웠던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해 '봐주기 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검찰 내부에선 이 사건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맹점'을 보여줬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를 개시했을 경우, 기소·불기소의견 여부에 관계 없이 모든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하지만, 개정된 형사소송법에선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에게도 검찰처럼 수사를 종결할 권한이 부여된 셈이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앞으로 경찰이 사건을 부당하게 종결해도 예전처럼 검찰의 사법적 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 왔는데, 이용구 차관 사건이 이런 맹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수사지휘 경험이 풍부한 현직 검찰 간부는 "이용구 차관에게 죄가 있는지 여부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이 경찰의 내사종결 처분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하다"며 "이 부분은 수사로 반드시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개정된 수사권 조정안대로라면 수사를 개시한 경찰이 피의자가 누구냐에 따라 사건을 마음대로 종결하거나 과잉수사할 수도 있는 셈"이라면서 "이용구 차관 사건 같은 처리가 일상화되면 권력형 비리 수사가 아예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현 정부의 유력인사가 수사대상이고, 검·경 갈등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사건이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용구 차관이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윤 총장과 대척점에 있었던 인물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대검의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이 이 차관 사건을 직접 수사할 경우 윤 총장이 수사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을 수밖에 없다. 기소 여부나 법리 적용 등에 있어서 윤 총장의 선택이 사건 처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