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810조 규모 美 국방수권법 거부권 몽니 부렸지만...

입력
2020.12.24 06:34
美 국방예산,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 담겨
상·하원 3분의 2 이상 찬성시 법안 효력 발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ㆍ하원을 모두 통과한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다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이 법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연내에 의회 재투표로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새해 국방예산 7,405억달러(약 810조원) 집행안 등이 담긴 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유감스럽게도 이 법은 핵심적인 국가안보 조치를 포함하지 않았고, 우리 참전용사와 군대의 역사를 존중하지 않는 조항을 포함시켰다”며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행동에서 미국우선주의라는 우리 행정부의 노력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 법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선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기기 위해 플로리다주(州) 마라라고리조트로 떠났다.

NDAA에는 미국의 일반 국방예산뿐만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태평양억지구상(PDI) 예산, 주한미군 2만8,500명 미만 감축 제한 조항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이 콘텐츠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 통신품위법 230조가 폐지되지 않은 것과 노예제 옹호 남부연합 장군 이름을 딴 군사시설 명칭 변경 등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해왔다.

미국 정치제도 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의회가 이를 무효화하는 안을 표결에 부쳐 상ㆍ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다시 얻으면 법은 효력이 발생한다. 하원은 지난 8일 335 대 78, 상원은 11일 84 대 13의 압도적 표 차이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다시 투표를 하더라도 3분의 2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의회는 차기 의회 출범 전인 내년 1월 3일 낮 12시까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해야 한다.

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비해 크리스마스 연휴 직후인 28일 워싱턴에 복귀하기로 했고, 상원의원들 역시 29일 돌아와 회의를 열 예정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2일 “내 의도는 상원이 군대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계속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공화ㆍ민주 양당 합의로 NDAA는 이르면 29일 다시 미 의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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