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컨트롤타워 실패…靑, 이제라도 역량 총동원해야

입력
2020.12.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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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지시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범정부위원회'(백신 TF) 운영 내용이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백신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리 두기 방역 효과를 과신하고 치료제·백신 자체 개발에 주력하며 해외 백신 수입의 시급성을 간과했고, 면책조항에 주저하느라 계약 체결이 늦은 것이다. 공무원들이 사후 책임을 우려해 적극 행정이 어려운 만큼 이제라도 청와대가 주도권을 쥐고 백신 확보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4월 9일부터 백신과 치료제 개발 지원을 강조했으나 해외 백신 확보 지시는 7월 21일(아스트라제네카 위탁 생산 물량 충분히 공급하라), 9월 15일(코백스, 해외 제약사 통해 충분히 확보하라) 내부 회의에서야 나왔다. 더 큰 문제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4월 백신 TF를 구성만 한 뒤 빠졌고 실장급 방역 전문가에게 실질적 책임이 넘어가면서 선제적 대응에 실패한 점이다. 청와대는 23일 김 실장 대신 “사회수석이 참석했다”고 해명했으나 공무원들의 감사·징계 우려를 불식시키는 주도권을 발휘하지 못했고 정부가 본계약을 미루는 사이 물량이 소진됐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할 일은 백신 예산을 더 확충하고 외교적 경로라도 동원해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들여오는 것이다.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미뤄지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국내 승인과 위탁 생산 확대도 추진해야 한다. 팬데믹 같은 위기 대응 행정에 대한 면책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거나 비판을 정치 공세로 몰 때가 아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에도 백신이 없을까 불안할 뿐인데 ‘1등 경쟁’ 치부라니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야당과 언론의 “백신 괴담과 왜곡 통계에 단호한 대처”를 선언했다. 그럴 여력이 있다면 백신 확보에 쏟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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