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애플에 테슬라 팔려고 했다"... 잠재 경쟁자 애플 견제?

입력
2020.12.23 17:00
과거 애플의 매각 거부 사실 트위터에 올려
애플 전기차 개발 소식에 미리 견제구 날려
바이든, 전기차 확충 정책으로 신경전 가열

미국 전기자동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기후 위기 극복을 내건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전기차 활성화 방침을 공언하자 업계 터줏대감 테슬라와 정보기술(IT) 공룡 애플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는 것. 애플의 전기차 개발 소식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애플에 회사 매각을 타진했다가 거부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뛴 테슬라를 잡지 못한 애플의 실책을 사실상 비꼰 것이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때 테슬라를 애플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팀 쿡 CEO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시점을 밝히진 않았지만 자사 제품인 모델 3(Model 3)의 암흑기를 언급했다. 당시 애플은 현재 테슬라 가치의 10분의1 가격에 인수가 가능했다고 한다. 유추하면 모델 3의 생산 문제로 시가총액이 지금의 10% 수준인 616억달러를 웃돌았던 2017~2018년 사이 거래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개발은 애플의 역점 사업이다.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을 추진해왔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애플이 2024년까지 자체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특히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모노셀’이란 기술을 활용해 주행거리를 늘려 제조원가를 낮추고, 리튬이온보다 과열 가능성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적용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머스크는 곧바로 딴죽을 걸었다. 그는 다른 트윗을 통해 “(로이터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상하다”고 했다. 자사가 이미 중국 공장에서 인산철을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모노셀 기술에도 회의적 시선을 보내며 애플을 단단히 견제했다. 그럴 만한 것이 애플의 전기차 생산 소식에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장 대비 6.5%포인트 급락했다. 여기에 테슬라 자사 모델이 잇단 급발진으로 대량 리콜 사태를 맞는 등 품질 문제가 불거지자 잠재적 경쟁자의 도전 의지를 일찌감치 꺾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도 미 전기차 업계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내각의 교통장관으로 내정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州) 사우스벤드 시장은 22일 트위터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기차 보급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투자분석가 아담 조나스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애플이 전기차 생산에 전력을 기울이면 기존 자동차 회사들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인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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