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생긴 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블루(우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극심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졌죠.
밀레니얼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서울에 거주하는 19~34세 2,011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6.8%가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외국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국 통계청(ONS)과 전국학생연합(NUS)은 대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을학기 동안 정신건강이 악화했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이 57%에 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우울감에만 젖어 있다면, 우리는 고난에서 배우는 게 없겠죠. 코로나 시대는 미래 사회에서 가능하리라 믿었던 여러 시도를 앞당겨 실행해보는 계기가 돼기도 했습니다. 또 이전에 우리가 소홀히 대했던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어, 무엇을 보듬어야 하는 지도 알게 했습니다.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 새롭게 형성된 비대면 문화와 기술의 발달은 미래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지 조명해봤습니다.
양꼬치엔 닭꼬치(양닭): 코로나 때문에 대면 접촉이 너무 줄었어. 학교도 못 가고, 카페도 못 가고. 사람 만나기도 꺼려지더라고.
펭수야 사랑해(펭사): 나는 집에 있다 보니 유튜브 의존도가 높아졌어. 얼마 전에 유튜브 오류가 났었잖아. 예전 같으면 차분하게 기다렸겠지만 화가 많이 나더라고.
분당동 갈치발(분갈): 확실히 온라인 문화가 많이 발전한 것 같아. 이번에 좋아하는 가수 온라인 팬미팅을 3시간 동안 내리 봤어. 가격은 원래보다 반 이상 저렴했고. 오히려 온라인이라서 무대에 훨씬 신경 쓴 것 같더라고. 팬들에게 더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줌으로 공부함(줌공): 사실 난 집에 있는 걸 좋아해. 그전에는 집에 있으면 ‘왜 밖에 안 나가니’ 이런 말만 들었는데 이제는 코로나를 핑계로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아를 탐색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성격 유형 검사(MBTI)나 심리테스트가 매번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더라고.
양닭: 난 내가 외향적이라는 걸 파악했어. 3월 한 달 동안 밖을 안 나가니까 너무 우울하고 화가 났어. 가족한테 매일 짜증 내고. 사람을 못 만나니까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있다는 게 스스로 느껴지더라고.
귀한곳에 누추한분(귀누): 마스크는 진짜 한 몸이 됐어. 올해 초엔 마스크를 가끔 두고 나오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어. 그리고 마스크를 쓰면 얼굴이 잘 안 보이니까 모르는 사람하고도 잡담하는 게 편해졌다는 반응이 있더라고. 나도 정류장에서 옆 사람한테 버스 노선이 어떻게 되냐고 쉽게 물어볼 수 있었어. 근데 활동면에서 보면 난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제대로 한 게 거의 없는 것 같아. 그나마 이번 인턴 활동 덕분에 올해를 버틸 수 있었어.
펭사: 난 여행을 못 가게 된 아쉬움이 컸어. 대학 입학하면 제일 하고 싶었던 게 배낭여행이어서 작년 12월에 친구랑 둘이서 올 7월쯤에 갈 유럽 여행 계획을 짰었어.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는 건 물론, 환불 과정도 정말 힘들었어.
귀누: 난 상반기에 탐사보도 관련 공모전을 준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재를 제대로 못 했어. 제출 기한도 계속 밀리고. 팀원들 다 취준생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상반기에 공채가 거의 안 떴거든. 그래서 ‘이거라도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으로 매달렸는데 결국 상도 못 받았어. 꼭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상황이 겹쳐서 좀 우울했지.
양닭: 공채가 밀린 것 때문에 취업 불안이 좀 컸어. 그리고 토익이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같은 자격시험도 서울에서 보려면 콘서트 티켓팅하는 것처럼 빠르게 신청해야 했고. 그런데 자영업자나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 비해서 소득 부분은 아직 우리한테 큰 문제로 다가오진 않는 거 같아.
줌공: 코로나 블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잖아. 아무래도 사람들과 접촉이 적어진 원인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
펭사: 바깥에 나가서 일상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기존의 일상을 겪지 못한다는 건 모두에게 나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해.
티나: 대학에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바뀐 건 어땠어? 초반에 문제가 많았잖아.
펭사: 1학기 때 교수님들이 화상 강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모르시더라고. 처음에는 학교 서버가 불안정해서 한 번에 200~300명이 한 강의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 서버가 튕겨서 수업에 못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결석 처리당하기도 했어.
양닭: 2학기에도 문제가 많았던 것 같아. 이번 학기에도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어. 실제로 친구가 기말시험을 보려고 지방에서 전날에 올라왔는데 서울 다 와서 시험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대. 여전히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배려하지 않고 있어.
분갈: 서버 마련이 어려울 수는 있는데 수업 준비도 충분히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 어떤 버튼이 어떤 작동을 하는지 정도는 미리 파악해주시면 좋을 텐데. 교수님 개인 재량에 따라 수업의 질도 차이가 컸어.
줌공: 온라인으로 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해도 우리가 내는 등록금의 가치에 맞는 배움을 비대면으로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야. 대학교의 존재 의의가 수업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인간관계도 형성하고 자아실현도 하는데 그런 게 다 차단되어서 안타까워. 학교만큼은 코로나가 끝나면 이전처럼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귀누: 그런데 재택으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면 이제 지방에서도 편하게 수도권 학교에 다닐 수 있지 않을까? 나름대로 장점도 있는 것 같아.
펭사: 장단점이 존재하지. 내용이 많아서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했던 진도를 압축적으로 전달하거나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수업이 있기도 했고, 팀플을 해야 하거나 어려운 과목들은 수업 질이 떨어졌어. 상황이 좀 나아진다면 내년에는 수업 특색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지 않을까 생각해.
양닭: 그러면 재택근무는 어땠어? 재택근무도 여러 효율성 논란이 있었잖아.
분갈: 일주일 정도 재택근무를 해봤는데 사실 편하긴 했어. 출퇴근 시간 아끼고, 점심값도 아끼고, 코로나 걱정도 덜 듣고. 그런데 근무공간이랑 휴식공간이 분리가 안 되니까 쉬어도 쉬는 게 아니고 일을 해야만 할 거 같아서 마냥 좋지는 않았어. 효율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려면 하루 일정을 잘 계획하고 용도별 공간을 분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껴.
귀누: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권한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 성향이 강해서 재택근무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을 거 같아. 반드시 회사를 나와야 뭔가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잖아.
줌공: 육아 때문일 수도 있어. 집에 있으면 육아도 공동 부담하고 신경을 써야 하니까. 자식을 출가시킨 집에서는 재택을 하고 싶어 하는데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고.
귀누: 학습은 온라인 강의로 충분하게 대체가 안 된다는 의견이 많은데 재택근무는 왜 더 긍정적이지? 재택근무보다 회사에 나와서 이로운 점도 있지 않을까?
줌공: 재택만 하게 되면 어디에서 인간적인 접촉이나 유대감을 찾을 수 있겠어. 회사에서 동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회사가 가지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해.
펭사: 소통도 중요하지. 코로나 때문에 외부 활동에 제한이 있다 보니까 온라인으로 새롭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생겨났잖아. 작년 12월에는 전 세계의 트위치 스트리머 수가 300만 명 정도였는데,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된 올해 4월엔 700만 명 가량으로 늘었어. 내 지인도 하고 있어서 왜 시작했냐고 물어봤더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만날 기회가 없어서 방송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분갈: 기사를 봤는데 고독사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었대. 1인 가구 중에서 고립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봉사도 새로 생겼다고 하더라고. 실제로 위험한 사람들도 많이 구했고, 심리적으로 괜찮아진 사람도 많대.
티나: 원래 알던 사람이나 신뢰하는 사람만 만나게 되는 경향도 있어. 새로운 사람은 이 사람이 뭘 했고, 어디에 다녔고, 이런 걸 모르니까 좀 꺼리게 돼. 게다가 불특정 다수를 제일 많이 만나는 대도시에서 지내니까 그런 경향이 심해진 거 같아.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포, 불신이 생겼달까.
줌공: 이런 상황에서 제한되는 만남도 분명 있었던 것 같아. 이전에는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끼리만 만나게 됐어.
티나: 맞아. 이번 추석 명절 때 고향을 못 갔어. 연말까지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설에는 꼭 내려갈 수 있으면 좋겠어.
티나: 코로나로 인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코로나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은 무책임한 것 같아. 피해를 겪는 사람들을 돌보는 정책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분갈: 제일 코로나 블루가 심한 계층이 20대 여성이라고 하잖아. 분명 경제적 어려움과도 연관이 깊은 것 같아. 택배 기사분들 과로사도 재앙이 닥치니까 제일 약한 계층부터 하나씩 붕괴해간다는 증거고. 이번 일로 사회에서 제일 약한 계층이 어딘지 알았으니까 조금씩 정비를 해야 할 거 같아.
줌공: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전까지는 떠받들어졌던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있을 거라고 봐. 전염병이라는 위기가 닥치니까 더는 모든 걸 경제 논리에만 맡길 수 없고 정부가 직접 나서야 했어. 이전에는 이런 정부의 적극적 행동을 굉장히 부정적인 거로 인식했잖아.
티나: 맞아. 이번에 미국이 구제 금융으로 엄청난 돈을 풀었잖아. 교수님들도 이건 원론을 다 부수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할 정도로 전례가 없었어. 자본주의나 자유민주주의가 체제의 종언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 믿음이 깨졌어.
귀누: 우리 사회가 연결됐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 어느 고리 하나가 흔들리니까 여기저기 다 흔들리더라. 코로나 때문에 배달이 느니까 배달 노동자 피해가 느는 것처럼. 방역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피해를 보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서로 연대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 같아. 착한 임대료 운동이 그 예였지.
양닭: 코로나 이전에 꿈꿨던 미래의 모습이 지금 나타나고 있잖아. 그 시대를 생각보다 빠르게 겪고 있고 그러면서 부작용이 발견되니까 그때 생각했던 미래의 방향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된 거 같아. 사회에서 어느 계층이 좀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더 도움을 줘야겠다는 것도 파악이 되고.
귀누: 재택근무도 사실 먼 미래 얘기 같았는데, 해야 하니까 지금 하고 있잖아. 지금까지 기술 변화에 대한 저항이 컸다는 것도 느꼈어. 코로나로 변화의 큰 벽을 하나 넘었다는 느낌이 들어. 앞으로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아.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나 초등학생 세대는 또 다른 생활 방식을 영위할 거래. 지금의 경험이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서.
티나: 이미 너무 달라진 게 너무 많아. 기본소득 얘기도 작년에 들어본 사람 별로 없을걸. 이번에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 나오면서 기본소득 얘기도 활발해졌잖아. 그러면 그다음부터 얘기하기가 훨씬 쉬워질 거란 말이야. 전염병이 돌면 임대료 깎는다는 법안도 만들려고 하고, 마스크는 안 쓰면 불법이고. 이렇게 전례가 만들어졌으면 그다음부터 또 새로운 변화가 나오는 게 ‘뉴노멀’ 아닐까.
줌공: 우리가 생각하던 당연한 전제가 다 깨지는 시기라고 생각해. 이제까지 나도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미국이나 유럽 상황 보면 그것도 아니잖아. 거기서는 우리나라에서 위치추적을 하는 거 보고 엄청 경악했거든. 그런데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다 보니까 방역에서는 굉장히 취약한 모습을 보이니까. 다만 그럼에도 전염병을 핑계로 자유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가해지는 건 옳지 않아.
펭사: 기업 경영도 많이 바뀔 거로 생각해. 외환위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와 지금 기업의 입장은 조금 다른 거 같아. 코로나 이후에 산업별로 회복하는 속도가 다를 거라는 전망도 있어. 정부가 재정적으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할 거 같아.
분갈: 직업의 가치에 관한 생각도 바뀌었어. 사회적으로 멋있다고 생각했던 직업들이 있었는데, 코로나를 겪으니까 일상에서 직접 필요한 일을 해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멋있다고 느꼈어. 택배 기사나 돌봄 노동해 주시는 분들처럼. 그런데 이런 직업들은 노동의 가치에 비해 보수를 너무 못 받고 있어. 개선이 필요해.
양닭: 개인적으로 인간이 왜 사회적 동물인지 절실하게 느꼈어. 혼자 있어 보니까 왜 그런지 알 것 같아. 아무리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과의 접촉은 반드시 필요해.
줌공: 집에 있는 걸 좋아하더라도 강제로 못 만나는 것과 자의에 의한 결정과는 달라.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사람들은 서로서로 필요로 한다는 걸 느꼈어. 이전까지는 온라인을 통한 재택근무, 재택 학습 등이 과학 발전이 가져다주는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으로 여겨진 적이 있지만 그게 무조건 바람직하지도 않고, 무조건 가야 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 사람과 사람 간 접촉은 필요가 아니고 필수이니까.
정리=이인서 인턴기자
참여=김단비, 노지운, 왕나경, 장수현, 장채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