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입력
2020.12.23 04:30
19면
<16·끝> 일상을 바꾼 코로나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 빨라진 변화 속도
새롭게 등장한 '언택트' 문화의 확산
비대면을 통해 인간관계 재정립도
‘코로나 블루’, 취약계층 붕괴.. 사회문제도 발생 
다가올 ‘뉴노멀’, 마주한 과제 해결 우선돼야

편집자주

이슈와 화젯거리를 이야기할 때 기성세대는 자주 핏대를 세웁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워낙 크다 보니 밀레니얼 세대는 의견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견 표출의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한국일보 인턴기자들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밀레니얼의 시각을 담아 한국 사회를 ‘언박싱’ 해보겠습니다. 밀레니얼의 솔직한 체감지수를 느껴 보세요.

올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생긴 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블루(우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극심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졌죠.

밀레니얼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서울에 거주하는 19~34세 2,011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6.8%가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외국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국 통계청(ONS)과 전국학생연합(NUS)은 대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을학기 동안 정신건강이 악화했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이 57%에 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우울감에만 젖어 있다면, 우리는 고난에서 배우는 게 없겠죠. 코로나 시대는 미래 사회에서 가능하리라 믿었던 여러 시도를 앞당겨 실행해보는 계기가 돼기도 했습니다. 또 이전에 우리가 소홀히 대했던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어, 무엇을 보듬어야 하는 지도 알게 했습니다.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 새롭게 형성된 비대면 문화와 기술의 발달은 미래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지 조명해봤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

양꼬치엔 닭꼬치(양닭): 코로나 때문에 대면 접촉이 너무 줄었어. 학교도 못 가고, 카페도 못 가고. 사람 만나기도 꺼려지더라고.

펭수야 사랑해(펭사): 나는 집에 있다 보니 유튜브 의존도가 높아졌어. 얼마 전에 유튜브 오류가 났었잖아. 예전 같으면 차분하게 기다렸겠지만 화가 많이 나더라고.

분당동 갈치발(분갈): 확실히 온라인 문화가 많이 발전한 것 같아. 이번에 좋아하는 가수 온라인 팬미팅을 3시간 동안 내리 봤어. 가격은 원래보다 반 이상 저렴했고. 오히려 온라인이라서 무대에 훨씬 신경 쓴 것 같더라고. 팬들에게 더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줌으로 공부함(줌공): 사실 난 집에 있는 걸 좋아해. 그전에는 집에 있으면 ‘왜 밖에 안 나가니’ 이런 말만 들었는데 이제는 코로나를 핑계로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아를 탐색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성격 유형 검사(MBTI)나 심리테스트가 매번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더라고.

양닭: 난 내가 외향적이라는 걸 파악했어. 3월 한 달 동안 밖을 안 나가니까 너무 우울하고 화가 났어. 가족한테 매일 짜증 내고. 사람을 못 만나니까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있다는 게 스스로 느껴지더라고.

귀한곳에 누추한분(귀누): 마스크는 진짜 한 몸이 됐어. 올해 초엔 마스크를 가끔 두고 나오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어. 그리고 마스크를 쓰면 얼굴이 잘 안 보이니까 모르는 사람하고도 잡담하는 게 편해졌다는 반응이 있더라고. 나도 정류장에서 옆 사람한테 버스 노선이 어떻게 되냐고 쉽게 물어볼 수 있었어. 근데 활동면에서 보면 난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제대로 한 게 거의 없는 것 같아. 그나마 이번 인턴 활동 덕분에 올해를 버틸 수 있었어.

펭사: 난 여행을 못 가게 된 아쉬움이 컸어. 대학 입학하면 제일 하고 싶었던 게 배낭여행이어서 작년 12월에 친구랑 둘이서 올 7월쯤에 갈 유럽 여행 계획을 짰었어.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는 건 물론, 환불 과정도 정말 힘들었어.


귀누: 난 상반기에 탐사보도 관련 공모전을 준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재를 제대로 못 했어. 제출 기한도 계속 밀리고. 팀원들 다 취준생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상반기에 공채가 거의 안 떴거든. 그래서 ‘이거라도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으로 매달렸는데 결국 상도 못 받았어. 꼭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상황이 겹쳐서 좀 우울했지.

양닭: 공채가 밀린 것 때문에 취업 불안이 좀 컸어. 그리고 토익이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같은 자격시험도 서울에서 보려면 콘서트 티켓팅하는 것처럼 빠르게 신청해야 했고. 그런데 자영업자나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 비해서 소득 부분은 아직 우리한테 큰 문제로 다가오진 않는 거 같아.

줌공: 코로나 블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잖아. 아무래도 사람들과 접촉이 적어진 원인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

펭사: 바깥에 나가서 일상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기존의 일상을 겪지 못한다는 건 모두에게 나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해.


달라진 행동 방식, 새로운 인간관계

티나: 대학에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바뀐 건 어땠어? 초반에 문제가 많았잖아.

펭사: 1학기 때 교수님들이 화상 강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모르시더라고. 처음에는 학교 서버가 불안정해서 한 번에 200~300명이 한 강의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 서버가 튕겨서 수업에 못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결석 처리당하기도 했어.

양닭: 2학기에도 문제가 많았던 것 같아. 이번 학기에도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어. 실제로 친구가 기말시험을 보려고 지방에서 전날에 올라왔는데 서울 다 와서 시험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대. 여전히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배려하지 않고 있어.


분갈: 서버 마련이 어려울 수는 있는데 수업 준비도 충분히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 어떤 버튼이 어떤 작동을 하는지 정도는 미리 파악해주시면 좋을 텐데. 교수님 개인 재량에 따라 수업의 질도 차이가 컸어.

줌공: 온라인으로 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해도 우리가 내는 등록금의 가치에 맞는 배움을 비대면으로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야. 대학교의 존재 의의가 수업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인간관계도 형성하고 자아실현도 하는데 그런 게 다 차단되어서 안타까워. 학교만큼은 코로나가 끝나면 이전처럼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귀누: 그런데 재택으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면 이제 지방에서도 편하게 수도권 학교에 다닐 수 있지 않을까? 나름대로 장점도 있는 것 같아.

펭사: 장단점이 존재하지. 내용이 많아서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했던 진도를 압축적으로 전달하거나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수업이 있기도 했고, 팀플을 해야 하거나 어려운 과목들은 수업 질이 떨어졌어. 상황이 좀 나아진다면 내년에는 수업 특색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지 않을까 생각해.

양닭: 그러면 재택근무는 어땠어? 재택근무도 여러 효율성 논란이 있었잖아.

분갈: 일주일 정도 재택근무를 해봤는데 사실 편하긴 했어. 출퇴근 시간 아끼고, 점심값도 아끼고, 코로나 걱정도 덜 듣고. 그런데 근무공간이랑 휴식공간이 분리가 안 되니까 쉬어도 쉬는 게 아니고 일을 해야만 할 거 같아서 마냥 좋지는 않았어. 효율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려면 하루 일정을 잘 계획하고 용도별 공간을 분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껴.

귀누: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권한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 성향이 강해서 재택근무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을 거 같아. 반드시 회사를 나와야 뭔가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잖아.

줌공: 육아 때문일 수도 있어. 집에 있으면 육아도 공동 부담하고 신경을 써야 하니까. 자식을 출가시킨 집에서는 재택을 하고 싶어 하는데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고.

귀누: 학습은 온라인 강의로 충분하게 대체가 안 된다는 의견이 많은데 재택근무는 왜 더 긍정적이지? 재택근무보다 회사에 나와서 이로운 점도 있지 않을까?

줌공: 재택만 하게 되면 어디에서 인간적인 접촉이나 유대감을 찾을 수 있겠어. 회사에서 동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회사가 가지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해.

펭사: 소통도 중요하지. 코로나 때문에 외부 활동에 제한이 있다 보니까 온라인으로 새롭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생겨났잖아. 작년 12월에는 전 세계의 트위치 스트리머 수가 300만 명 정도였는데,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된 올해 4월엔 700만 명 가량으로 늘었어. 내 지인도 하고 있어서 왜 시작했냐고 물어봤더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만날 기회가 없어서 방송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분갈: 기사를 봤는데 고독사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었대. 1인 가구 중에서 고립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봉사도 새로 생겼다고 하더라고. 실제로 위험한 사람들도 많이 구했고, 심리적으로 괜찮아진 사람도 많대.

티나: 원래 알던 사람이나 신뢰하는 사람만 만나게 되는 경향도 있어. 새로운 사람은 이 사람이 뭘 했고, 어디에 다녔고, 이런 걸 모르니까 좀 꺼리게 돼. 게다가 불특정 다수를 제일 많이 만나는 대도시에서 지내니까 그런 경향이 심해진 거 같아.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포, 불신이 생겼달까.

줌공: 이런 상황에서 제한되는 만남도 분명 있었던 것 같아. 이전에는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끼리만 만나게 됐어.

티나: 맞아. 이번 추석 명절 때 고향을 못 갔어. 연말까지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설에는 꼭 내려갈 수 있으면 좋겠어.


우리가 그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티나: 코로나로 인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코로나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은 무책임한 것 같아. 피해를 겪는 사람들을 돌보는 정책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분갈: 제일 코로나 블루가 심한 계층이 20대 여성이라고 하잖아. 분명 경제적 어려움과도 연관이 깊은 것 같아. 택배 기사분들 과로사도 재앙이 닥치니까 제일 약한 계층부터 하나씩 붕괴해간다는 증거고. 이번 일로 사회에서 제일 약한 계층이 어딘지 알았으니까 조금씩 정비를 해야 할 거 같아.

줌공: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전까지는 떠받들어졌던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있을 거라고 봐. 전염병이라는 위기가 닥치니까 더는 모든 걸 경제 논리에만 맡길 수 없고 정부가 직접 나서야 했어. 이전에는 이런 정부의 적극적 행동을 굉장히 부정적인 거로 인식했잖아.

티나: 맞아. 이번에 미국이 구제 금융으로 엄청난 돈을 풀었잖아. 교수님들도 이건 원론을 다 부수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할 정도로 전례가 없었어. 자본주의나 자유민주주의가 체제의 종언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 믿음이 깨졌어.

귀누: 우리 사회가 연결됐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 어느 고리 하나가 흔들리니까 여기저기 다 흔들리더라. 코로나 때문에 배달이 느니까 배달 노동자 피해가 느는 것처럼. 방역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피해를 보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서로 연대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 같아. 착한 임대료 운동이 그 예였지.


양닭: 코로나 이전에 꿈꿨던 미래의 모습이 지금 나타나고 있잖아. 그 시대를 생각보다 빠르게 겪고 있고 그러면서 부작용이 발견되니까 그때 생각했던 미래의 방향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된 거 같아. 사회에서 어느 계층이 좀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더 도움을 줘야겠다는 것도 파악이 되고.

귀누: 재택근무도 사실 먼 미래 얘기 같았는데, 해야 하니까 지금 하고 있잖아. 지금까지 기술 변화에 대한 저항이 컸다는 것도 느꼈어. 코로나로 변화의 큰 벽을 하나 넘었다는 느낌이 들어. 앞으로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아.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나 초등학생 세대는 또 다른 생활 방식을 영위할 거래. 지금의 경험이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서.

티나: 이미 너무 달라진 게 너무 많아. 기본소득 얘기도 작년에 들어본 사람 별로 없을걸. 이번에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 나오면서 기본소득 얘기도 활발해졌잖아. 그러면 그다음부터 얘기하기가 훨씬 쉬워질 거란 말이야. 전염병이 돌면 임대료 깎는다는 법안도 만들려고 하고, 마스크는 안 쓰면 불법이고. 이렇게 전례가 만들어졌으면 그다음부터 또 새로운 변화가 나오는 게 ‘뉴노멀’ 아닐까.

줌공: 우리가 생각하던 당연한 전제가 다 깨지는 시기라고 생각해. 이제까지 나도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미국이나 유럽 상황 보면 그것도 아니잖아. 거기서는 우리나라에서 위치추적을 하는 거 보고 엄청 경악했거든. 그런데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다 보니까 방역에서는 굉장히 취약한 모습을 보이니까. 다만 그럼에도 전염병을 핑계로 자유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가해지는 건 옳지 않아.

펭사: 기업 경영도 많이 바뀔 거로 생각해. 외환위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와 지금 기업의 입장은 조금 다른 거 같아. 코로나 이후에 산업별로 회복하는 속도가 다를 거라는 전망도 있어. 정부가 재정적으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할 거 같아.

분갈: 직업의 가치에 관한 생각도 바뀌었어. 사회적으로 멋있다고 생각했던 직업들이 있었는데, 코로나를 겪으니까 일상에서 직접 필요한 일을 해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멋있다고 느꼈어. 택배 기사나 돌봄 노동해 주시는 분들처럼. 그런데 이런 직업들은 노동의 가치에 비해 보수를 너무 못 받고 있어. 개선이 필요해.

양닭: 개인적으로 인간이 왜 사회적 동물인지 절실하게 느꼈어. 혼자 있어 보니까 왜 그런지 알 것 같아. 아무리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과의 접촉은 반드시 필요해.

줌공: 집에 있는 걸 좋아하더라도 강제로 못 만나는 것과 자의에 의한 결정과는 달라.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사람들은 서로서로 필요로 한다는 걸 느꼈어. 이전까지는 온라인을 통한 재택근무, 재택 학습 등이 과학 발전이 가져다주는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으로 여겨진 적이 있지만 그게 무조건 바람직하지도 않고, 무조건 가야 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 사람과 사람 간 접촉은 필요가 아니고 필수이니까.

정리=이인서 인턴기자

참여=김단비, 노지운, 왕나경, 장수현,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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