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랭킹 1~3위를 휩쓴 한국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 시즌 마지막 대회에 출격한다. 대회 우승만큼이나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등 2020시즌 개인 타이틀 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랭킹 2위 김세영(27ㆍ미래에셋)과 3위 박인비(32ㆍKB금융그룹)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시즌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모두 휩쓸었던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올해 LPGA 대회에 별로 나서지 않아 타이틀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총 상금 300만달러)은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에서 개막한다. 이 대회를 끝으로 이번 시즌 상금 순위가 결정된다. 현재까지 올해 상금 순위 1위와 2위는 박인비(136만5,138달러)와 김세영(120만7438달러)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우승 상금만 110만 달러(약 12억원)에 달해 상금 순위 37위까지는 우승을 통해 1위를 넘볼 수 있다. 총 상금 56만7,925달러로 13위에 올라 있는 고진영도 정상에 오르면 단번에 상금왕에 오른다.
올해의 선수상 경쟁은 사실상 박인비와 김세영의 2파전이다. 박인비가 올해의 선수 포인트 112점을 따내 1위이고, 106점의 김세영이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일단 박인비가 상당히 유리하다. 이번 대회에서 10위권 밖에 머물러 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김세영이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 위해선 4위 이상을 해야 한다. 박인비가 4위 이상의 성적을 낸다면, 김세영은 우승을 해야만 역전할 수 있다.
LPGA 투어 선수 가운데 평균 타수가 가장 낮은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는 출전 라운드 부족으로 한국 선수들의 수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세영은 16일 현재 평균 타수 68.677타를 기록, 2위 브룩 헨더슨(69.727타ㆍ캐나다)과 3위 박인비(69.927타)를 1타 이상 앞서고 있다. 하지만 LPGA 투어 규정은 베어트로피 수상의 조건으로 ‘70라운드 이상 출전’ 혹은 ‘전체 라운드의 70% 이상 출전’을 내걸고 있다. 최소 49라운드를 채워야 하는 것인데, 이 대회 전까지 김세영과 박인비는 각각 31라운드, 41라운드만 치러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LPGA가 예외를 둘 가능성도 없진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회가 절반 가까이 줄은 데다, 해외 선수들의 참가도 여러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세계랭킹을 유지하며 시즌을 마무리할지도 관심사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의 평균 포인트는 8.38점으로 2위 김세영(7.41점)과 박인비(6.73점)를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일수록 가산점을 주는 점수 산정 방식을 고려하면 마지막 대회를 마칠 때까지 최종 순위를 예단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