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징계위원회가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을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징계 집행이 남았지만 결론 변경은 불가능해 정직은 사실상 확정됐다. 당초 거론되던 해임ᆞ면직보다는 수위가 낮아졌지만 현직 검찰총장의 정직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 후폭풍을 가늠키 어렵다.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은 물론 파상적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로 대통령 인사권에 도전하며 검찰 개혁에 저항한 윤 총장에게 있다. 혐의나 죄질에 비해 과다한 인력을 투입, 검찰의 고질적 먼지떨이식 수사로 조 전 장관 일가를 ‘멸문지화’ 지경으로 몰아넣은 잘못이 크다. 검찰 개혁은 구두선에 그쳤고, 검찰 수사와 조직 운영에서 환골탈태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윤 총장의 도발적 운신들이 ‘윤석열 찍어내기’를 온전히 정당화하진 못한다. 현 정권은 1년 가까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내세워 오직 윤 총장 제거를 목표로 달려왔다. 윤 총장 측근 검사 무더기 좌천에 이어 확인도 안 된 의혹만으로 수사지휘권과 감찰권을 남발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늘 위법ᆞ부당 논란에 휩싸인데다 심지어 법원 제지를 받을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 적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징계 과정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공정성 확보 지시에도 징계위는 친정부 인사, 친추미애 검사로만 구성됐다. 윤 총장 측 최종 의견 진술 기회를 사실상 차단한 이날 회의에서 보듯 징계위는 윤 총장 방어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징계위 결정 전 이미 정치권에서 ‘몇개월 정직설’이 흘러나온 것도 석연치 않다. 집요하게 윤 총장 징계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현 정권은 ‘윤석열 징계는 잘못’이라는 국민 과반의 비판 여론을 직시해야 한다.
윤 총장 정직은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장담해온 현 정권의 중대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윤 총장은 울산시장 청와대 개입 의혹, 옵티머스ᆞ라임 의혹에 이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혹 수사를 적극 지휘 중이었다. 이 때문에 집권 세력이 자신들을 향한 수사를 막으려고 윤 총장을 제거하려 한다는 의심과 억측이 파다했고, 결국 윤 총장 정직으로 현실화하고 말았다. 현 정권은 그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보장을 누누이 공언해왔다. 그게 진심이라면 집권 세력은 세간의 의혹 불식을 위해서라도 진행 중인 검찰의 권력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검찰총장 2년 임기제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장치다. 따라서 현직 총장의 정직은 총장 임기제를 무력화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이는 검찰의 정치 예속화를 부추기고, 권력 눈 밖에 난 검찰총장은 언제든 징계나 교체가 가능하다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권력 비리를 감시ᆞ처벌해야 하는 검찰의 독립적 수사 기능이 위축되면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이 깨지게 된다는 것을 현 정권은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