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 소비 불씨 살리기에 여념이 없는 유통업계에서 이른바 '라방(라이브 방송)'으로도 불리는 '라이브 커머스'는 최근 가장 각광 받는 판매 창구다.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을 하면서 물건을 파는 방식이라 거리두기 격상의 영향이 없는 비대면인데다,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 구매 전환율도 높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3조원대로 추정되고 2023년에는 8조원대까지 커질 전망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 원활한 소통으로 구매 전환율이 사진과 글 중심의 일방향 소통인 전자상거래(e커머스) 대비 10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코로나19 급증세로 유통 기업들의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 맞이 마케팅도 라이브 커머스로 대거 넘어오고 있다. 이달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 현황을 살펴본 결과 홈파티와 크리스마스 선물, 보복소비 등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다.
외출 대신 집에서 조촐한 파티를 준비하는 이들이 지갑을 여는 품목은 음식부터 가구까지 다양하다.
11번가에서는 이달 1~14일 밀키트(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묶음으로 구성해 판매하는 제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2.4배 급증했는데, 양식이 5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식(15%)의 뒤를 이어 퓨전(14%), 중식·동남아식(5%)을 찾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11번가는 레스토랑 간편식(RMR) 라이브 커머스를 기획했다. 16일 애슐리 매장 인기 메뉴를 밀키트로 만든 상품을 시작으로 17일 랍스터, 18일 이탈리아 요리 등 홈파티로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를 내고 싶은 사람들을 공략한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 인테리어기업인 현대리바트는 자사 쇼핑몰 리바트몰에 '리바트LIVE'를 개설하고 라이브 커머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1일 첫 방송에선 '연말 홈파티 꿀팁'을 콘셉트로 4인용 식탁 등을 판매했고, 요리교실 등 새로운 콘텐츠를 접목하며 방송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도 유통 업계에선 놓칠 수 없는 수요다. 보통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장마다 크리스마스 선물 전용 공간을 꾸미는 정도이지만 올해는 라이브 커머스 시도도 활발하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장난감 전문점 토이저러스몰은 오는 17일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제로 겨울왕국, 마블 등 인기 선물용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한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한 크리스마스 기념 라이브 커머스도 마련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를 19~27일 진행하는데 크리스마스 선물과 어울리는 식품, 생활용품, 의류 및 액세서리 등 101종이 판매 대상이다. 네이버, 카카오, 위메프 등 민간 플랫폼의 라이브 커머스에서 최대 50% 할인 판매된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고가 상품 구매로 분출되는 보복소비 경향이 연말이 다가올수록 짙어지자 명품들도 라이브 커머스 세계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명품 판권을 확보해 정품만 파는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는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자체 스튜디오까지 설립하고 라이브 커머스 채널 에스아이라이브(S.I.LIVE) 활동을 시작했다. 14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 조르지오 아르마니, 메종 마르지엘라, 딥티크 등 럭셔리 브랜드 상품을 판매한다.
시계와 만년필 브랜드 몽블랑은 11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데 이어 이달에는 라이브 커머스도 시작했다. 지난 8일 롯데백화점 채널에서 인기 제품과 주요 신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커지자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보통은 할인율과 구매 혜택 등에 집중하는데, 명품은 전문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퍼스널 쇼퍼(고객에게 적합한 물건을 추천하는 쇼핑 전문가)'로 시청자가 VIP가 된 듯한 경험을 하게 하는 등 차별화된 콘텐츠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