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두 번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이 14일 발의됐다.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빠졌지만 노동계와 정의당에서 문제 삼았던 '50인 미만 기업 적용 유예' 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그간 중대재해법 제정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당에서 두 가지 형태의 제정안이 나오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위헌 논란'이 제기됐던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빠진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이날 발의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엄벌한다는 골자는 앞서 발의된 박주민 민주당 의원 안과 유사하다. 하지만 '5년간 중대재해법 위반 3회 적발된 사업주의 회사에서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위험방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본다'는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빠졌다. 박범계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사업주에 대한 범죄의 입증은 형사소송의 대원칙에 따라 검사가 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규정을 삭제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법안에서는 인명사고를 막는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를 박주민 의원 안이나 정의당 안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사업주가 산재사고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장에서 종사자가 생명·신체의 위해를 입지 않게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한 기존의 안보다 구체적이다. '범죄 구성 요건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다만 노동계를 중심으로 '독소조항'이라 비판했던 '50인 미만 사업장 4년 유예' 조항은 박주민 의원 안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그간 노동계 입장을 수용한 정의당은 위험 업무가 하청 및 위탁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을 감안할 때, "중대재해법 시행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유예하는 건 법률 시행 자체를 유예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반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산업재해로 1,571명이 사망했고 그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숨진 이들은 966명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 조항도 (17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다"며 수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번 법안에는 식당 등 공중이용시설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다중이용업소법 등 관련 법 시행령에 따르면 면적 100㎡가 넘는 식당도 중대재해법의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된다. 그간 민주당 정책위에서는 공중이용시설에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면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냈지만, 이 방안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박범계 의원 안이 그간 민주당과 정의당 등에서 발의된 중대재해법의 일종의 '절충적' 성격을 띠면서, 법 제정을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중대재해법에 관한 당내 이견을 본격적으로 조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