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에 건강까지 담았다"… 고급버전 '더비비고' 만든 CJ 연구원

입력
2020.12.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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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함 넘어 영양 균형·건강 위주 HMR 도전
단백질·식이섬유 더하고 나트륨·콜레스테롤 줄이고
"도가니탕은 지방 손으로 일일이 떼며 개발"

'냄비에 붓고 3분30초.' '전자렌지에 2분.'

도가니탕과 차돌우렁강된장 레시피다. 웬만한 요리 솜씨 아니면 엄두도 안 나는 음식이지만 CJ제일제당이 최근 가정간편식(HMR) '더비비고' 브랜드로 출시한 제품들이다.

HMR는 간편성이 무기지만 가공식품 이미지 때문에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대중적 취향에 초점을 맞춰 영양까지 챙기기엔 부족할 것이란 인상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HMR에는 '맛은 좋지만, 대충 한끼 때우는 용'이란 꼬리표도 붙곤 한다.

CJ제일제당은 이런 편견을 깨려 '건강간편식(Healthy HMR)'이란 새 카테고리를 만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미 '비비고' 브랜드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고 대표 제품 비비고 만두로만 올해 연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더비비고로 '건강하고 균형 잡힌 한식'을 대체하겠다는 포부다.

14일 더비비고 개발을 주도한 정우영(40)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본지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짜지 않은 건강한 맛과 영양성분까지 녹여 낸 CJ 기술의 집약체"라고 더비비고를 소개했다.

CJ제일제당 HMR에는 기본 비비고와 '비비고 프리미엄'이 있다. 지난달 더비비고가 추가됐다. 비비고가 맛과 '가성비'를 앞세운 대중적인 가정식 메뉴라면, 비비고 프리미엄은 외식 인기메뉴를 HMR로 구현한 제품군이다. 반면 더비비고는 일반 비비고보다 평균 1.5배, 최대 2배 비싸다. 타깃 소비자는 '중장년층' '건강고관여' '고소득'으로 정했다.

더비비고는 제품마다 '고단백' '나트륨 저감' '저콜레스테롤' '식이섬유 함유' 등 문구가 표시돼 있다. 모두 까다로운 식품의 법적 표기 기준을 충족했을 때만 달 수 있는 문구다. 예컨대 식이섬유 함유는 '식품 100g당 3g 이상' 또는 '1회제공량당 1일 영양성분기준치(25g)의 10% 이상일 때'만 표기할 수 있다. 이런 법적 기준을 충족한 HMR는 더비비고 외엔 거의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HMR도 건강과 균형 있는 영양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시장이 세분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는 "미국, 유럽 등에선 건강한 간편식 시장이 10조원대 규모로 형성돼 있다"며 "하지만 국내는 맛과 편의성 중심이어서 나트륨 과다섭취, 영양 불균형을 꺼리는 소비자를 충족시킬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더라도 문제는 맛이다. 짜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이 정 연구원의 우선 과제였다. 이에 도가니, 수삼, 전복 등 원물 식재료 양을 일반 제품 대비 2배 더 넣고 풍미를 최대한 살리는 공정을 찾아내는 일에 집중했다. 도가니탕 개발을 위해 스지(소 힘줄과 그 주위 근육 부위)와 도가니의 지방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하는 공정을 적용했고 전복 3번 이상 세척, 오리 장각(긴 다리) 선별, 수삼 이물 제거 등 수작업 공정이 포함돼 있다.

그는 "원물을 풍성하게 넣으면 살균 강도가 높아져 식감과 맛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원물 특성에 맞게 따로 볶거나 데치고, 찬물에 보관하는 등 최적화된 전처리 공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한식은 된장, 간장 등이 들어가 기본적으로 염도가 높다"며 "일반 제품 대비 나트륨을 25% 낮추기 위해 염도를 줄인 된장과 간장 원료를 개발했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천연 조미소재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초반 반응은 긍정적이다. 8~10월 일부 백화점과 식품전문몰 CJ더마켓에서 사전 판매(프리론칭) 후 11월 공식 출시를 했는데, 11월 한 달 매출이 프리론칭 대비 70% 높다.

정 연구원은 "이제 HMR는 가정에서의 요리뿐 아니라 외식까지 대체하고 있다"며 "영양 균형이 잡힌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가공식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간편함뿐 아니라 건강함도 챙기는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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