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일본 경찰청이 발표한 전국의 극단적 선택 통계는 2,153명이었다. 지난해 동월 대비 39.9%(614명) 증가한 것으로, 한달 간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 경우가 2,000명을 넘은 것은 2018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었다. 이같은 일본의 상황을 두고 CNN는 최근 "일본에서 10월 한달 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올해(1~1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았다"며 "실업이나 사회적인 고립에 따른 '코로나 블루'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선 2010년~2019년 10년 연속 극단적 선택 수가 감소해 왔다. 올해 1~6월까지도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7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 자살률의 급증이다. 올해(1~10월) 남성의 누적 통계는 1,302명으로 전년 대비 21.3% 증가했다. 반면 여성은 851명으로 전년 대비 82.6%나 크게 늘었다. 절대 수치는 남성보다 적지만 안타까운 선택을 한 여성들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를 전체적인 자살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여성 자살률이 급증한 배경으로 재택근무 등에 따른 양육·가사 부담 증가, 남성에 비해 주변에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운 환경 등을 꼽았다. 특히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여성이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크다. 지난 8월 기준 일본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120만명이 감소했는데 이 중 70%가 여성이었다. 일자리를 잃은 여성 중 절반이 15~35세였다.
우에다 미치코(上田路子) 와세다대 준교수는 지난달 29일 마이니치신문에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이 관광업과 음식업"이라며 "해당 업종에는 젊은 여성 종사자들이 많아 일자리를 잃거나 급여가 줄어든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정신적인 영향이 여성에게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국민정신건강실태 조사 결과 '우울 위험군' 비율이 지난 3월 17.5%에서 9월 22.1%으로 상승했다. 올 1~6월 자살자 수는 일본처럼 전년 동기간 대비 5.0% 감소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8.7% 감소했지만 여성은 오히려 5.9%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비정규직 중 여성 비율이 높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으로 곤란에 처한 젊은 여성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