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은 안 돼! 자전거나 트럭은 괜찮지만 크리스마스 선물로 총은 주지 않겠어."
크리스마스를 보름여 앞두고 미국에서 "장난감 총을 갖고 싶다"는 소년에게 이같이 말한 쇼핑몰 산타클로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동심 파괴'라는 비난을 받고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다. 미 언론은 "총기 규제에 대한 소신이 확고한 '진보 성향'의 산타가 해고됐다"고 풀이했다.
8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일리노이주(州) 노리지의 할렘어빙플라자 쇼핑몰에서 산타로 일해 온 한 남성이 마이클이라는 이름의 소년을 울린 뒤 해고됐다고 전했다.
발단이 된 것은 소년의 모친 사벨라 드카를로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이었다. 영상에서 소년은 산타에게 장난감 총을 선물로 요구하고, 산타는 "장난감 총이라도 총은 안 돼"라고 답한다. 또 산타가 "네 아버지가 총을 선물로 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줄 수 없다. 다른 장난감은 많이 있다. 레고나 자전거, 자동차도 줄 수 있다"고 설명하자 소년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드카를로는 영상을 올린 게시물에 "올해는 마이클이 산타를 만나러 갈 생각에 흥분했던 첫 해였다. 아이가 마법을 경험하는 대신 자신의 소신 때문에 거절하는 산타 때문에 눈물을 삼키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산타가 진짜 산타가 아닌 쇼핑몰 직원일 뿐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설명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영상은 트위터 등 SNS에 빠르게 퍼지며 조회수 160만회를 기록했다. 더힐은 "특히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이들과 보수층이 이 영상이 퍼지자 '정치적 행동'이라며 비난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자신의 트위터에 "극좌 산타가 아이에게 장난감 총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총기 규제가 아니라 멍청이 규제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미국은 매년 크고 작은 총기 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총기 이슈는 둘로 갈라져 당파적으로 다툼을 벌이는 논의 중 하나여서 규제 공방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총기 규제 목소리가 높지만 공화당은 총기 소지 허용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쇼핑몰 측은 즉각 이 산타의 해고 사실을 알리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쇼핑몰 측은 "산타들에게 자신의 개인적 의견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상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쇼핑몰은 또 공식 SNS 계정에 다른 산타가 소년의 집을 방문해 "북극에서 너에게 일어난 사건을 듣고 급하게 내려왔다"고 말하며 장난감 총을 전달하는 영상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