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1호" 英 90세 할머니의 감격… "최고의 생일선물"

입력
2020.12.08 17:28
"올해 쓸쓸히 보내... 연말은 가족과" 
英 보건장관 “봄까지 취약층 전부 접종”

“한 해의 대부분을 나 혼자 보냈는데….”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주사를 세계 처음으로 8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맞은 90세 마거릿 키넌 할머니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1분 코번트리 대학 병원에서 백신 주사를 맞은 키넌 할머니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첫 번째 사람이 돼 정말 영광스럽다”며 “내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생일 선물을 앞당겨 받게 됐다”고 말했다. 키넌 할머니는 다음 주에 91살이 된다.

그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외로움이었다. 그는 “한 해의 대부분을 나 혼자서 보내다가 드디어 새해에는 내 가족ㆍ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백신 주사를 놓아준) 간호사와 국민보건서비스(NHS)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 백신이 제공되면 맞으라는 게 내 조언”이라며 “90세인 내가 백신을 맞을 수 있다면 당신들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북아일랜드 에니스킬렌 출신인 키넌 할머니는 코번트리에서 60여년을 살았다. 보석 가게 직원으로 일하다가 4년 전 은퇴했다. 슬하에 1남 1녀를 뒀고, 손주가 4명이다. 그는 앞으로 21일 안에 두 번째 접종분을 맞을 예정이다.

이날 키넌 할머니에게 주사를 놓아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첫 의료인이 된 간호사 메이 파슨스는 “영광이다. 역사적인 날 일익을 담당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지난 몇 달간 NHS에서 일하는 모두가 힘들었는데 이제 터널의 끝에서 빛이 보이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필리핀 출신인 파슨스는 NHS에서 24년간 일해 왔다.

이날 영국에서 화이자 백신 대량 접종이 시작된 것과 관련,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꽤 감격적”이라며 “의료진들 덕분에 가능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국은 이날 약 70개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착수했다.

그는 “우선 대형 병원에서 접종을 시작한 뒤 센터를 늘릴 것”이라며 “다음 주 진행될 백신 배포 작업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요양원 접종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시작되길 바란다”며 “취약 집단 대상 접종이 이뤄지고 나면 각종 제한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내년 봄까지 모든 취약 집단에 대해 접종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이먼 스티븐스 NHS 최고 책임자는 “영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1년도 안 돼 의학적으로 승인된 첫 백신을 배포하게 됐는데 이는 놀랄 만한 성취”라며 “이를 현실로 만들어 준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2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고, 이날 역시 세계 최초로 이 백신의 접종에 돌입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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