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지켜온 신라가 멸망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는 누이 덕주공주와 함께 서라벌을 떠났다. 북쪽으로 향해 하늘재에 도착한 남매는 신라의 부흥을 기도했다. 그러나 끝내 그들의 그토록 바란 신라의 부흥은 오지 않았다.” 영남과 기호지방을 잇는 최고(最古)의 고갯마루인 하늘재(계립령)에 깃든 전설이다.
현세와 미래, 이승과 저승을 잇는 고갯마루라는 하늘재 산신각이 수백 년만에 복원됐다.
문경시는 최근 하늘재 산신각 복원공사를 마무리하고 13일 오전 10시 산신각 준공식 및 점안식을 한다고 8일 밝혔다. 준공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근 마을 주민 주관으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채 조촐하게 열 예정이다.
참석자들에게는 산신각 내부 그림을 그린 경북도 무형문화재 39호 김종섭 탱화장이 그린 에코백을 기념품으로 증정한다.
하늘재에 그 이름만큼이나 많은 얘깃거리가 있다.
우선 영남과 기호지방을 잇는 국내 최고의 고갯길이다. 삼국사기에 신라 아달라왕 3년(156년)에 길이 열렸다고 기록돼 있다. 고구려 장수였던 온달이 하늘재를 다시 찾기 위해 끈질긴 전쟁을 벌였으며, 고려 공민왕은 홍건적을 피해 피난할 때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할 만큼 군사적 요충지이자 교통의 요지였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길이기도 하다. 하늘재는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현재)와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를 연결하는 고갯길이다. 불교에서 관음은 현재부처, 미륵은 미래 부처로 여겨진다. 신라불교도 이 길을 통해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공교롭게도 하늘재를 경계로 미륵리쪽은 옛길 그대로, 반대로 관음리 쪽은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다. 하늘재와 반대로 문경새재는 문경쪽은 흙길로, 충북 괴산군 쪽은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돼 있다. 충주 방향 하늘재는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제49호로 지정됐다.
하늘재 산신각 내부 불화는 산신과 함께 하늘재를 지켜왔다는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문경시에 따르면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예전에도 하늘재에 산신각이 있었다고 한다. 추풍령, 죽령 등 주요 고개마다 산신각이 있다.
노진수 문경읍 관음리 이장은 “하늘재는 불교에서 현세와 미래가 만난다는 의미가 담긴 중요한 곳”이라며“산신각 복원은 길손들이 하늘재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넘을 수 있도록 하고 마을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조선 초기까지 하늘재는 남쪽에서 북쪽, 북쪽에서 남쪽으로 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길”이라며“현재 하늘재 정상 일부 구간만 옛길로 복원됐지만, 앞으로 마을 주민이 나무하러 가던 옛길까지 복원되면 2,0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하늘재의 가치와 산신각의 의미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