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개각은 예고편"...박영선·추미애·강경화에 쏠리는 눈

입력
2020.12.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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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4개 부처 장관을 교체한 지난 4일 1차 개각은 '예고편' 격이었다. 내년 초쯤으로 예상되는 2차 개각이 ‘본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여성 장관 비율 30%'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김현미 장관 교체로 여성 장관 1명이 순감했다. 공약 이행과 연동된 박영선·추미애·강경화 장관 3명의 거취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박영선, 서울시장 출마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거취는 스스로 정치적 미래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 그는 우상호,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함께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 주자로 거론된다. 박 장관이 출마할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평이 많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약점을 돌파하기 위해 ‘여성 후보 차출론’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민주당 재·보선 기획단에서 논의 중인 후보 경선 룰도 여성에 가점을 주는 조항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여전히 확답을 피한다. 신중한 박 장관이 '승리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해 고민이 길어지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박 장관이 지난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어려운 시대에 과연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인도해 주십사 기도하고 있다”고 답한 것은 "결심이 선 것"이란 해석을 낳기도 했다. 다만 박 장관은 보궐선거 30일 전, 즉 내년 3월 8일까지만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돼 시간 여유가 있다.


추미애, 윤석열·공수처가 변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검찰 조직뿐 아니라 진흙탕 싸움에 지친 여론과도 싸우는 중이다. 당·청은 추 장관을 무리 없이 교체하는 출구 전략을 찾고 있지만, 타이밍이 문제다. 윤 총장이 사퇴하기 전에 추 장관을 먼저 교체하면 여권이 지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이에 추 장관 교체는 적어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윤 총장 거취 결정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많다. 그러나 '윤석열'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시기를 점치기 어렵게 한다.

강경화, 결국 '오경화'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원년 내각 멤버다. 3년 6개월의 긴 재임 기간 만큼이나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외교부에 잇단 성 비위 문제가 터지면서 조직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세를 떨친 지난 10월엔 배우자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 여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서해 피격 사건 대책 논의를 위한 외교·안보라인 심야 회의에 강 장관이 호출되지 않은 것은 '강 장관이 겉도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그럼에도 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5년 임기 내내 장관 자리를 지킬 것이란 시각이 많다. 문 대통령의 남다른 신뢰가 '오경화'(5년 내내 장관이란 뜻)가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다른 장관들과는 달리, 겉 다르고 속 다르지 않은 강 장관의 담백한 성격 때문에 문 대통령 신임이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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