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연말을 앞두고 금융권에 "배당을 축소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일부 금융지주사들은 '주주가치 제고' 등을 이유로 "배당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어 금융권 결산 배당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둔 금융지주사들과 결산 배당 축소 방안을 두고 협상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인 만큼 일시적으로 은행 배당을 축소하라'는 의견을 각 금융지주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 한시적으로 배당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은행권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 조만간 금융권과 구체적 협의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배당 제한 방침은 코로나19 이후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대형 은행들의 배당금 지급에 상한 제한을 두고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영국 건전성감독청은 은행들에 대해 배당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다만 세계 주요국과 달리 국내 금융당국은 은행에 배당 제한을 요구할 수 있는 법ㆍ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라 은행권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하나금융은 지난 7월 배당 자제를 권고해 온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선제적 충당금 적립으로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했다"며 중간배당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장기적으로 배당 제한을 은행에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 마련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배당 제한 요구가 현행 법규로 가능한지, 추가 평가 도입 필요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 지난달 말 금융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보다 명확한 논거와 권한으로 배당 축소나 자제 등을 요구할 필요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금융당국 방침에 대해 큰 틀에선 어느 정도 공감하는 표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협의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코로나19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금융지주들의 올해 경영 실적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배당에 대한 높아진 기대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아무래도 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엄연히 주식회사인 만큼 주주들에게 책임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까지 축소한다면 안그래도 저평가된 은행주 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많은 금융권 특성상 배당을 아예 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