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야구 프로무대를 모두 경험한 '잠수함 투수' 임창용(44)씨와 '선박왕' 권혁(70) 시도상선 회장이 고액·상습체납 명단에 포함됐다. 수년 간 세금을 내지 않은 조동만(60) 전 한솔 부회장, 최순영(67)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도 여전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세청은 6일 이들을 포함한 고액·상습 체납자 6,965명의 인적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올해 체납자 명단에 오른 고액·상습체납자는 지난해 6,838명보다 127명(1.9%) 증가했다. 다만 총 체납액은 100억원 이상 체납자가 줄면서 올해 4조8,20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5조4,073억원보다 5,870억원(-10.9%) 감소했다. 명단 공개 대상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국세가 2억원 이상인 체납자다.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임창용씨는 2017년 종합소득세 등 3억원을 체납해 실명이 공개됐다. 임씨는 한국과 미국, 일본 프로야구 리그에서 24년간 활약하다 지난해 3월 은퇴를 선언했다. 2015년 원정도박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권혁 회장은 증여세 등 22억원을 내지 않아 명단에 포함됐다. 일명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 회장은 1993년 일본 도쿄에서 시도상선을 설립해 한때 300척에 이르는 선박을 보유했던 선박 재벌이다. 권 회장은 이번 증여세 체납과 별개로 지난 2011년 역외탈세 혐의로 역대 최대 규모인 4,101억원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이번 명단에 포함된 개인 최고액 체납자는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홍영철(46)씨였다. 홍씨는 부가가치세 등 1,632억원을 체납했다. 수년 전부터 명단 공개 대상이었던 최순영 전 회장, 조동만 전 부회장은 각각 1,073억원, 714억원을 내지 않아 고액 체납자 3, 4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밖에 불법 다단계 사기 행각을 벌인 주수도(55) 전 제이유개발 대표이사 역시 법인세 등 570억원을 체납했다. 법인 중에는 근로소득세 등 260억원을 체납한 하원제약(대표자 구대호)이 체납액 1위에 올랐다.
국세청은 이날 불성실 기부금단체와 조세포탈범 명단도 공개했다. 불성실 기부금 단체는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거나 기부금 영수증 발급명세서를 작성·보관하지 않은 단체 등으로 총 79곳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형별로는 종교단체가 66곳으로 84%를 차지했으며, 의료법인은 8곳, 교육단체는 3곳이었다.
조세포탈범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조세포탈죄를 범해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 중 연간 포탈세액이 2억원 이상인 자를 말한다. 18억7,000만원을 포탈한 도박사이트 운영자 강민구(44)씨 등 총 35명이 공개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불성실 기부금단체 등 명단은 국세청 홈페이지와 관내 세무서 게시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은 특히 명단 공개자를 국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역별 입체 지도로 시각화해 공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법상 의무 이행을 유도하고 성실한 납세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고액·상습체납자,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등에 대해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