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한 금은방에서 주인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인 뒤 잠든 틈을 타 귀금속을 싹쓸이하고 폐쇄회로(CC)TV 저장장치까지 뜯어간 30대 강도가 범행 이틀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피의자는 범행 직후 차량 안에서 옷을 갈아 입은 뒤 차를 버리고 여러 차례 택시를 갈아타는 등 도주과정도 치밀했으나 동네방네 깔린 CCTV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지는 못했다.
4일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인 3일 오후 10시쯤 경남 남해 한 모텔에서 금은방 강도 A(39)씨와 A씨의 도주를 도운 친구 B(39)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범행 직후 인파 속으로 뛰어 들어간 뒤 금은방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미리 주차해둔 차량 안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한 시간 가량 운전한 그는 차량을 버리고 택시로 바꿔 타고 경남 남해에 도착, 모텔로 잠적했다. 그는 남해에 도착할 때까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택시 한 대로 이동하지 않고 2, 3번 더 갈아 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금은방 주변 건물의 CCTV를 통해 A씨의 차량번호를 확인한 후 도주경로를 추적했다. A씨는 도주 과정에서 범행 때 사용한 음료수병과 금은방에서 뜯어간 CCTV 저장장치를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훔친 귀금속 일부는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한 밤중 길에다 음료수 병과 CCTV 저장장치를 버려 장소를 정확히 모르겠다"며 "음료수병에 탄 약물은 평소 불면증으로 병원에서 처방 받은 수면제 종류"라고 말했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음식점 장사가 신통치 않자 10월쯤 가게를 접고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버린 음료수병과 CCTV 장치를 찾기 위해 그가 운전한 차량과 탑승했던 택시 여러 대의 동선을 추적 중이다. 또 음료수병이 확보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확한 성분을 확인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쯤 포항의 한 금은방에 손님을 가장해 들어가 음료수 판매원이라고 속인 후 주인에게 수면제가 탄 음료를 건넸다. 당시 그는 주인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수면제가 들지 않은 음료수를 먼저 마시기도 했다.
그는 주인이 의식을 잃고 잠든 틈을 타 매장 안에 있던 2억 원 상당의 귀금속과 현금 1,00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자세한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한 뒤 A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B씨를 A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