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나올까 외출 안 해요”… 폐 낚시터에 주민들 '부글부글'

입력
2020.12.03 15:20
포천 주민들 “대책 마련해달라” 촉구



“귀신 나올 것 같아 밤엔 아예 외출을 안 해요.” ·

지난달 30일 경기 포천의 한 마을에서 만난 주부 민모(56)씨는 수풀로 우거진 저수지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그가 가리킨 쪽으로 발길을 옮기자 낚시 좌대 수십개가 물가로 놓인 저수지가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낚시터였다. 하지만 가림 천막은 삭아 갈기갈기 찢겨진 채 바람에 날렸고, 좌대도 심하게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다. 한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산했다. 물가엔 쓰레기 더미도 처박혀 있는 등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는 낚시터였다.

민씨는 “마을 주택가 바로 옆에 폐 낚시터가 6년째 방치돼 있다”며 “해가 지면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마을 전체가 공포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곳은 소흘읍 초가팔리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면적 8,500㎡). A씨가 2007년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임대를 받아 낚시터로 운영했다. 한때 강태공들의 발길이 이어져 호황을 누렸다. 그러다 포천시가 2014년 저수지 주변에 체육공원을 조성키로 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공원화 계획에 따라 포천시는 낚시터 운용 허가 기간(12월)을 연장해주지 않았고, 이에 A씨는 “사전 예고가 없었던 만큼 적절한 보상을 해 달라”며 맞섰다.

결국 보상비 문제로 갈등이 길어지면서 낚시터 운영은 중단됐다. 그 사이 포천시의 체육공원 조성계획도 백지화됐지만, 낚시터는 6년째 폐업 상태로 방치되면서 흉물로 전락했다. 마을의 최대 골칫거리가 됐다.

주민 이모(62)씨는 “저수지 관리가 전혀 안 돼 주민들이 겪는 불편도 크지만 밤에 낯선 사람들이 몰려와 술을 마신다"며 "폐 낚시터, 수변 음주로 익사 사고 위험이 높고 우범 지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포천시가 발 벗고 나서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돼 작년 말 A씨에게 다시 1년 6개월간 낚시터를 운영토록 했다"며 "그러나 A씨가 5년을 보장해달라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낚시터 폐장을 부른 저수지변 공원 조성 계획도 다른 저수지와의 형평 문제, 도시계획 입안 문제 등으로 "추진 계획이 없다"는 게 포천시의 입장이다.

글·사진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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