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어 경북도 확진'...고병원성 AI에 속속 뚫리는 농가

입력
2020.12.02 18:10
12면
경북 상주 농장서도 고병원성 AI 확진
10월 이후 전국 야생조류에서 12건 발생
정부, 가금류 56만마리 살처분 등 방역 강화


전북에 이어 경북 농장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추가로 발생했다. 유럽과 주변국에서 건너온 야생조류를 중심으로 발생하던 고병원성 AI가 방역 차단막을 뚫고 농장 침투를 본격화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리고 소독 횟수를 늘리는 등 방역조치 강화에 나섰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경북 상주시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H5N8형)가 발생했다고 2일 밝혔다. "산란계 폐사가 늘고 사료 섭취가 줄었다"는 해당 농장의 의심 신고에 따라 전날 방역당국이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다.

올해 야생조류가 아닌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난 것은 지난달 26일 전북 정읍시 육용오리 농장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방역당국은 즉시 발생농장에 있는 닭 18만8,000마리와 해당 농가가 소유한 다른 농장의 메추리 12만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나섰다. 발생농장 인근 3㎞ 내 가금농장 3곳의 닭 25만1,000마리에 대해서도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해 살처분 대상은 총 55만9,000마리에 달한다.

아울러 경북·충남·충북·세종에는 3일 오후 9시까지, 강원에는 이날 오후 9시까지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발령 대상은 가금농장, 축산시설, 축산 차량 등이다.


고병원성 AI 국내 농장 발생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10월부터 전국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12건 검출됐는데,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는 철새 유입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생조류의 출발지인 유럽에선 올해 들어 총 740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지난해보다 82배 증가한 규모다. 고병원성 AI가 국내에 상륙한 2003년 이후, 야생조류에서 가금농가로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은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방역당국은 추가적인 농장 전파를 차단하는 데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먼저 국내 산란계 밀집사육단지 11곳에 대해 통제초소에서 출입 차량과 사람을 철저히 소독하도록 하는 동시에 사육단지 진입로에 대한 소독 횟수를 매일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늘렸다. 전국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화 예찰도 격주에서 주 1회 실시로 강화했고, 경북과 전북 지역의 산란계 농장은 월 2회 AI 검사를 받도록 했다.

농장 간 교차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발생농장과 차량을 공유한 가금농장에 대해선 14일 간 이동을 제한하고, 가금류의 AI 감염 여부를 정밀 검사할 계획이다. 발생농장 방문 차량에 대해선 마지막 방문일로부터 7일 간 이동 제한이 실시된다. 또 달걀운반 차량은 앞으로 하루에 한 농장만 방문하도록 했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전국 어디서나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농가는 99%의 방역을 갖춰도 바이러스는 단 1%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기 때문에 100% 완벽한 방역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